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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19. 2019

요리학 (料理學)

두부김치, 어묵탕의 칼칼함

보통 머리가 좋고 다른 분야에서 업무를 효율적으로 잘하는 사람은 요리를 잘할 수 있는 기본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정교한 기술·조리법·메뉴·순서를 빠르게 습득하고 진행하려면 머릿속에서 그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능력이 있다고 해서 요리를 모두 다 잘할 수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우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요리를 생각하면 행복한 가정으로까지로 확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회에서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업종에서 근무하는 대신 단순 업무를 하던가 경제적인 것을 이성에게 책임지게 하고 집에서 살림을 하는 것이 애초에 목적인 사람이라면 우선 시작점부터 잘못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남성, 여성에 관계없이 집에서 살림만을 하는 사람 중에 요리를 잘하는 사람의 비중은 생각보다 적다. 

상대방이 행복하게 느낄만한 맛있는 요리를 하고 싶다는 욕구는 다른 분야에서도 무언가 이루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들이다. 즉 그 상황에 정체되어 있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다는 의미다. 앞에 고난 같은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든 헤쳐나가려고 한다. 요리를 하면서 이 맛은 대체 어떻게 날 수 있을가를 고민하고 다음번에는 어떤 재료를 넣어서 조화와 균형을 맛볼 수 있을까. 미묘함과 차이점을 감상하기 위해 나아가는 것이 요리의 매력이다. 

무척이나 더운 날 오래간만에 요리가 하고 싶어 졌다. 두부김치에서 핵심은 김치를 얼마나 오래 정성스럽게 볶느냐에 따라 감칠맛이 달라진다. 요리기술은 복잡한 준비 및 조리방법에 국한되지 않는다. 요리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준비가 복잡한 것이 아니라 준비를 복잡하게 만든다. 그러니 꼬이는 것이다. 

작년에 담근 김치도 얼마 안 지나서 이제 끝을 보일 예정이다. 김치를 담글 때 염장을 아주 강하게 하면 김치 맛이 날아갈 일이 없지만 그 본질의 맛보다는 짠맛만 강하다. 그래서 염장을 적당히 하면 김치 맛이 가버릴 때가 있다. 그 선을 적당하게 유지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그나마 김치냉장고는 그런 가능성을 좀 줄여주는 가능성이 있다. 

국물을 별로 넣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김치에서 적지 않게 국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매번 요리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팔등에 금속물질이 있으면 무척 불편하다. 열에 데워져서 어느 순간 무척 뜨거워진다. 열을 가지고 요리를 하는 사람 중에 손에 각종 장신구를 달고 하는 사람은 무척 고통을 잘 참는 사람이던가 요리를 대충 하고 싶은 사람이다. 

김치의 색이 변하기 시작하면 준비한 양념과 불린 표고버섯, 양파 등을 넣고 다시 볶아주기 시작한다. 기본적으로 요리를 잘할 수 있는 자세 혹은 능력이 되어 있는 가운데 전국의 유명한 다양한 요리와 식재료를 안다면 그것은 금상첨화다. 

요리를 가장 맛있게 하는 방법은 순 재료에 가장 가까운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신선도도 큰 역할을 한다. 현대 식품 가공식품을 가지고 요리하면  지역 및 계절에 상관없이 재료를 이용할 수 있게 해 주지만 이런 식품들은 신선한 천연 재료에 못 미친다. 

어묵탕은 표고버섯 가루, 다시마, 무, 참치액과 대파, 청양고추 등으로 국물을 우려냈다. 지인과 어묵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해산물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어묵을 넣으면 국물에 신경을 덜 써도 된다. 물론 상당히 비싸기도 하다. 

동양에서는 이미 BC 5세기에 고도로 발달한 요리학 문헌이 만들어졌는데 유럽도 생각보다 오랜 시간 전에 관련 요리법이 발전시켜왔다. 게르만 계열의 독일의 요리법은 다양하지 않은 편이지만 이탈리아, 프랑스의 요리가 세련되었으면서도 맛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졌다. 지배되기를 그토록 싫어했던 게르만 민족은 로마가 유럽의 북쪽에 묶어두고 지배하는 것을 포기하기도 했다. 

여성분들은 주로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음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한식은 유럽과는 전혀 다른 요리의 묘미와 심오함이 있다. 조미료는 거의 넣지 않으면서 감칠맛을 내는 것은 쉽지 않지만 어렵지만은 않다. 얼마 전 유명하다는 한 지역의 식당에서 너무나 건강해질 것 같은 요리를 먹은 기억이 난다. 건강할 것 같은 요리와 맛있는 요리의 선을 적당하게 유지하는 것은 요리의 다른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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