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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찰 왕대사

보령의 갯벌을 내려다보는 사찰

보령의 지형은 천 년 전에 많이 달랐을 것이다. 보령의 깊숙한 곳까지 바닷물이 들어가서 섬들이 더 많은 형태였을 것이다. 밀물 때는 섬이 되었다가 썰물 때는 육지로 변하는 곳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최초로 지어진지 천년이 넘는 고찰이 보령에도 있는데 지금도 보령의 갯벌을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자리하고 있어서 여행지로 괜찮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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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이 될 때는 이 다리는 바닷물에 잠기게 되는 곳이다. 그래서 건너편에 사는 사람들은 물때를 맞춰서 넘어가던지 저 안쪽으로 돌아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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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이 상당히 중요한 생태자원이며 환경의 보고라는 것을 깨달은 역사는 얼마 되지 않았다. 과거에는 갯벌이 있는 곳을 메워서 농지로 사용했지만 지금은 원래 상태로 복원하는 곳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 서남해안의 갯벌은 우리나라 갯벌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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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대산 자락에 자리한 왕대사는 천년고찰로 이곳에 모셔진 왕대사 마애불은 영험하다고 잘 알려진 불상이기도 하다. 도문화재 317호로 지정되었다는 마애불이 있는 대한불교 천년고찰 왕대사는 이곳에서 약 1km쯤 올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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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대사는 돌로 성벽을 잘 만들어 쌓아 놓은 석축 기반 위에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성벽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다 보면 주변의 풍광이 한눈에 보인다. 왕대사 마애불은 왕대사의 서쪽 화강암 암벽에 새진 마애불로 제작연대는 미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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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면 불상인지 알기가 힘들 만큼 그 역사가 오래되어 흔적이 많이 사라졌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불상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심하게 풍화되어 머리와 어깨, 법의 등을 자세히 보면 확인할 수 있다. 불상은 하나로 머리 주변에 2줄의 두광을 나타내는 선이 뚜렷하다. 신라 마지막 임금 경순왕이 왕위를 버리고 이곳에 머무르면서 미륵불을 만들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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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애석불(磨崖石佛) 또는 마애불(磨崖佛)은 바위에 새긴 불상이다. 한국에서는 7세기 전반부터 백제에서 시작되었는데, 이는 백제의 외래문물에 대한 민감성을 보여주는데 현존하는 대표적인 백제의 마애불로는 1958년에 발견된 충청남도 서산 용현리의 마애석불과 태안의 마애석불이 잘 알려져 있다. 이 불상도 미상이지만 최소한 고려시대 이전에 만들어지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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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정자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다. 이곳에서 공부한다면 내용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올 것 같기도 하다. 연꽃 한송이도 소중하고 아름답다고 했던가. 천년고찰의 오래된 역사를 가진 사찰은 그 나름의 오래되고 고즈넉한 매력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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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이 이곳에 머물렀다고 하여 왕대산이라고 부르게 되었으며 왕대사의 이름도 여기서 유래하였다. 왕대사는 바위산을 뒤로하여 지은 절이라 여기저기 온통 바위로 둘러싸여 있고, 대웅전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에는 어른 키 만하게 차곡차곡 쌓아놓은 큰 돌탑들과 정갈한 돌담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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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역사에 비하면 소박한 사찰이다. 국가의 마지막 임금들은 모두 어디론가 떠나 마지막을 보냈다. 백제의 마지막 왕 의자왕도 그랬듯이 통일신라의 마지막 경순왕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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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대사로 올라와서 바라보이는 저 앞에 보이는 갯벌은 수천 년 이상의 세월을 거쳐 자연이 빚어내는 신비한 지형으로 육지와 맞닿아 있는 바다와의 생태계가 공존하는 곳이다. 갯벌을 보통 연안습지라고 부르는데 내륙습지와 대비되는 의미로 주로 조류에 의해 운반되는 퇴적물이 잔잔한 해안에 오랫동안 쌓아 이루어지는 해안 퇴적 지형으로 물이 힘이 작은 곳에는 펄 갯벌이 형성되며 파도의 작용이 큰 곳에는 모래갯벌이 생겨 보통 해수욕장으로 활용이 된다. 천년고찰의 왕대사와 마애불, 고즈넉한 풍광을 볼 수 있는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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