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김씨

묵계고택이 자리한 묵계마을

미스터 선샤인에서 유진 초이와 고애신이 아련한 만남을 하던 다리가 있던 곳 만휴정을 매일같이 오가며 여생을 보낸 사람이 있다. 안동김씨의 시조가 태사묘에 모셔지고 나서 안동김씨는 안동을 세거지로 살아가는데 적지 않은 곳에 안동김씨 세거지가 되는 마을이 있다. 묵계서원과 묵계고택이 자리한 묵계마을 역시 안동김씨 세거지다. 원래는 의령남씨 세거지였지만 아들이 없던 장인 남상치가 사위인 김계행에게 재산을 물려주면서 안동김씨의 세거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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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휴정이 바로 김계행이 자주 오가면서 여생을 보내던 곳이다. 장인에게서 재산을 물려받은 것을 보면 상당히 신뢰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옛날 사람들의 생활이나 생각을 지금의 기준으로 이해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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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숙박체험을 할 수 있는 묵계종택으로 들어가본다. 묵계종택, 묵계서원, 만휴정은 모두 묵계마을의 대표적인 여행지로 안동의 또 다른 매력을 품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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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채로 나아가 본다. 보다 가까운 사랑채는 김계행의 호 ‘보백당(寶白堂)’이 현판으로 걸려 있다. ‘청백이 보물이다.’ 용계당 현판이 걸려 있는 정면 툇마루는 공연 무대로 이용되고 안채의 방은 숙박이 가능하다. 정침의 왼편에는 담장으로 둘러싸인 사당이 위치한다. 사당은 정면 3칸, 측면 1칸에 홑처마 맞배지붕의 소박한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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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계종택은 안동 하회마을의 다른 집들과 달리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고택이다. 독특한 색깔을 가지고 있으면서 공간의 여유를 가진 곳으로 수목들은 에너지를 받아 싱그럽고 측백나무가 주변을 감싸고 있으며 입구의 상수리나무가 사람들을 맞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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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행의 첫 부인은 일찍 세상을 떠나고 이 집을 물려준 남상치의 딸은 재혼이었다. 김계행 선생은 조선 전기 대사간, 대사헌, 홍문관 부제학 등 요직과 성균관 대사성을 거치면서 당대 문충공·점필재·김종직 선생과 함께 영남 유림을 이끌었던 사람이다. 묵계마을의 안동김씨의 세거지를 만든 묵계종택의 종손은 즉위식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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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손이 사당에서 신주를 모셔내는 출주례(出主禮)를 시작으로 참신례(參神禮), 강신례(降神禮), 초헌(初獻)·아헌(亞獻)·종헌(終獻) 순으로 진행하는데 집안의 전통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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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행은 난진이퇴(難進易退)를 몸소 실천했던 사람이다. 난진이퇴는 벼슬에 나가는 것은 어렵게 여기고 벼슬을 그만두는 것을 쉽게 여기는 것이다. 그는 안동에 내려와 살면서 다시 벼슬길로 나가지 않았다. 공자는 벼슬에 나갈 때는 예로써 나갔으며 물러날 때는 의로 물러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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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마당에서는 쪽물에 의류 같은 것을 물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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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살스러운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인형의 모습에서 편안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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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중에 남은 것 하나는 먹고사는 것에 대한 걱정이 없으며 이런 고택 하나가 경치 좋은데 있으면 하는 것이다. 만휴정 같은 정자에서 책을 읽으면 얼마나 마음이 편안할까. 자신의 청백을 말하면서 보물은 없다고 하였지만 묵계종택과 만휴정이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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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전통의 가문이 있는 집은 품격이 있다. 일찍이 아버지로부터 “가까운 장래에 반드시 우리 집안을 일으켜 세울 재목이니, 학문은 염려할 바가 아니다.”라는 칭찬을 받았던 김계행은 고령현감(高靈縣監)으로 있으면서 정사를 돌볼 때는 엄숙히 하고 백성을 돌볼 때는 자애로웠다. 보백당 김계행은 아들 다섯을 두었다. 맏이는 참봉, 둘째는 진사, 셋째는 생원, 다섯째는 군수로 아버지가 물려준 가보 "청백"을 지키며 사랑했다고 한다.


"오가무보물 보물유청백(吾家無寶物 寶物惟淸白·내 집엔 보물이 없고, 보물이란 오직 청백뿐"

- 김계행(1431∼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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