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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17. 2015

맥베스를 경배하라

욕망과 탐욕이 초래한 비극

셰익스피어라는 작가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뿐만이 아니라 연극무대에서 그를 모르고는 제대로 된 연기 경력을 쌓기 힘들다. 마이클 패스벤더는 왜 이런 스타일의 영화에만 출연하는 것인가라는 의구심을 해본 적이 있는데 그는 항상 진지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이 사회는 가볍게 그리고 있어 보이는 사회로 빠르게 접어들었다. 깊은 지식이나 고뇌 따위는 필요 없는 그런 것이 좋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것을 고민하고 삶의 이유를 생각하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한 사람들에게 가볍다 못해 인생을 허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사회가 무척 버겁다. 


영국 사람들에게는 무척 서운한(?) 일이겠지만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따위를 굳이 알 필요는 없다. 그러나 내놓으라는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 멕베스는 지금까지 누적 관객수는 8만명을 넘지 않는다. 이 사회가 소수의 취향을 얼마나 외면하고 있는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돈이 최고라고 말하는 한국사회에서 돈 버는 이야기나 돈을 벌었던 사람 이야기 외에 거의 관심이 없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다. 돈은 선이고 정답이다. 그런데 멕베스만큼이나 그 반대 측면은 거의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것은 한국사회의 비극이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가장 잔인한 작품인 멕베스에서 조차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사고를 그리고 있지만 선과 악이 적당하게 바통을 이어가며 표현하고 있다. 정직한 영혼은 야망의 힘에 억눌려 파멸해가는 과정을 그리는 이야기 멕베스는 한국사회와 비교하면 희극적이다. 


Why so serious? 모두들 조커에 빙의라도 되신 건가?

가벼운 대화도 좋다 그러나 진지함을 잃어버리면 그 인생은 한없이 가볍다. 물론 진지하게 할 말이 없어서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멍하니 생각 없이 지내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TV를 보며 웃고 술 한잔 마시며 이성 이야기를 하는 것이 너무 익숙한 것이 되어버린 세상. 그런 모임에서 남편의 탐욕에 불을 지피기 위해 하는 레이디 멕베스의 대사는 낯설기만 하다. 


“순결한 꽃처럼 보이되 그 밑에 숨은 뱀이 되세요”


모두들 개그콘서트에라도 나갈 모양인지 웃긴 이야기 위주로 대화를 한다. 어떤 연예인이 누구랑 사귀었더라 삼시 세 끼가 재미있더라 조미료를 범벅으로 만든 음식으로 돈을 번 누군가를 찬양하는 말을 할지언정 진지함을 담은 대화를 하는 사람이 드물다. 솔직히.. 그 프랜차이즈.. 맛없다. 


중세사회에서 왕을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멕베스 역시 왕이 되는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왕을 죽였다. 그리고 그 예언에 의해 스스로 무너져 내려간다. 지금의 누군가를 거론하지 않아도 왜!!! 권력을 잡으면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가를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건 그 자리에 가보지 못한 사람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그냥 일반적인 사람들은 아주 간단하게 생각하지만 그건 생각의 깊이가 얕기 때문이다. 호빗에서 황금과 권위에 자신을 잃어버린 스란두일이나 권력의 힘에 자신을 잃어버리고 폭군이 된 멕베스나 처음에는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 주변에서 그렇게 행동해도 된다고 말하고 자신에게 힘이 있는데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볼 이유가 있을까. 그런 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군주를 만나는 백성들은 운이 좋은 것이다. 


멕베스를 처음 읽은 것이 초등학생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슨 이런 소설이 있나. 아니 이게 무슨  내용이지?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왜 저렇게 욕심이 많은 것인가. 그리고 자신을 따르던 사람들을 왜 그리 내쳐야 했던가.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마디를 하면 그 말에 혹해서 그 사람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왜곡된 생각을 가지게 된다. 마이클 패스벤더라는 배우가 연기력으로 인정받을만한 배우라는 것은 이전에도 했지만 이 영화를 통해 그 생각은 굳어진 것 같다. 정의롭고 순수해 보였던 남자가 욕망에 사로잡혀 왕이 되고 그 힘으로 인해 스스로 자멸해하는 과정을 제대로 연기했다. 


영화는 대중적이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었고 이제는 희미해져 가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그렸기에 낯설다. 그러나 아주 조금 진지해지기 위한 것이라면 이 영화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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