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Dec 19. 2015

진주만

미국판 사랑과 전쟁

영화 진주만은 일본의 참전으로 벌어진 사랑과 전쟁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래프 맥콜레이는 어려서부터 형제처럼 자란 대니 워커와 미 육군 항공대의 파일럿이 된다. 그는 군에서 만난 아름답고 용기 있는 간호사 에블린 존슨과 사랑에 빠지는데 1941년 12월 7일, 일본은 낙원과도 같았던 진주만을 공습하면서 이별을 맞이하면서 미국판 사랑과 전쟁은 시작된다. 


일본의 참전 전까지는 미국이 본격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할 명분이 없었다. 국민들의 대부분이 자신들과 상관없는 유럽에서의 전쟁에 반대적인 입장인 '고립주의'를 지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쉽게 전쟁에 뛰어들자고 주장하는 정치인은 없었다. 이때 제국주의의 욕심이 팽배해 있었던 일본의 도발이 필요했는데 일본 역시 미국을 공격하는데 주저하고 있는 상태였다. 


러일전쟁의 승리로 인해 일본은 열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는데 이때 미국과의 사이는 동맹국처럼 좋았다. 그러나 중일전쟁이 벌어지고 동남아에 대한 일본의 야욕이 커지자 미국은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양국 사이는 급속도로 악화되다가 마침애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는 일본에 석유 수출 금지령을 내린다. 석유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 일본의 선택은 단 하나뿐이 없었다. 바로 미국과 전쟁을 벌이는 것이었다. 


도조 히데키와 육군 등의 군벌들은 미국에 일격을 가할 계획을 세웠다. 당시 미국의 생산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장기전에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지도부는 잘 알고 있었다. 우선 미국의 주력함대를 공격해 예봉을 꺾고 나서 일본 본토 쪽으로 유인해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장밋빛 전망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 역시 일본을 염두에 두고 샌디에이고에 있었던 태평양 함대를 하와이 쪽으로 전진 배치한 상태였다. 


일본이 태평양함대를 성공적으로 공격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주력 함모부대가 근처까지 접근도 해야 하지만 전함을 뚫을 만큼 무거운 대형 폭탄이 물속 깊이 가라앉아 진주만 해저에 쑤셔 박히지 않고 수평 이동하여 공격할 수 있어야 했다. 영화 진주만에서는 어뢰 꼬리에 베니아 합판으로 만든 대형 날개만 표현되었지만 여기에 자이로 장치가 달려 공격은 점차 현실화되었다. 


영국이 1942년 초에 독일의 이니그마 암호기를 해독했듯이 미국 역시 1940년대 초에 일본의 암호기 해독에 성공하였다. 진주만 공격 이틀 전인 1941년 12월 6일 미 해군은 일본이 진주만 지역의 공습을 의미하는 '동쪽 바람, 비'라는 암호를 해독하였지만 어떠한 대책도 취하지 않은 채 일본의 선제공격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영국이 독일의 유보트 공격이 이루어지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놔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미국 태평양 함대는 정부에서 어떠한 정보도 받지 못하고 무방비 상태에서 일본의 선제공격을 받은 것이다. 6척의 일본 항모 부대에서 뜰 수 있는 함재기는 모두 399기였다. 이중 360기가 하와이의 태평양 함대를 공격하였고 성공적으로 기습에 성공했다. 이들이 하와이를 공격하기 9시간 전 필리핀에 있던 맥아더 장군은 공격 사실을 알았으나 그걸 막을 뾰족한 수는 없는 상태였다. 


공격을 받기 시작한 하와이의 미 해군 항공대는 "진주만이  공격받고 있다. 이것은 훈련이 아니다."라는 경보를 발령했다. 기습작전이 성공한 것처럼 보였지만 미국의 항모는 단 한대도 격침하지 못했던 것은 일본의 큰 패착이었다. 전함의 시대가 가고 항모의 시대가 온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거대한 미국은 태평양 함대의 기습공격을 받고 나서 불과 4년 뒤에 항모 6척에서 77척으로 그 규모를 늘려버렸다. 



결과적으로 진주만 공습은 미국인을 한 마음으로 이끌었고 본격적으로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결과를 낳았다. 진주만 공급이 만든 사랑과 전쟁은 지미 두리틀이 이끄는 특공대의 도쿄 폭격 작전에서 래프와 대니를 영웅적인 폭격을 위한 핵심 요원으로 차출되면서 다시금 시험대에 오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맥베스를 경배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