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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5. 2019

철학적인 여행

서산 마애여래 삼존불

"여행은 도시와 시간을 이어주는 일이다. 그러나 내게 가장 아름답고 철학적인 여행은 그렇게 머무는 사이에 생겨나는 틈이다." - 폴 발레리


여행에서 무언가를 보던가 만나기 위해서는 목적지를 정해야 한다. 여행은 목적지까지 가는 여정에 매력이 있다. 서산의 대표적인 불상이면서 백제시대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원이라는 국보 서산 용현리 마여여래삼존상은 고풍저수지를 지나 용현리의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서산 마애삼존불은 석가여래를 중심으로 왼편에 제화갈라보살입상이 서 있고 오른편에는 반가사유상이 있다. 삼존불의 모습은 충청도 서해안지방에 그 기법이 뿌리를 내린 증거라고 알려져 있다.

나이란 무엇일까란 생각을 하면서 걸어서 올라가 본다. 단순히 밥 한 그릇, 한 해 더 먼저 태어났다고 해서 나이를 먹은 것일까. 나이를 결정해주는 본질적인 것은 생각의 차이일 것이다. 늙음의 반대에 젊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과 도전하는 것을 지치지 않게 계속해보는 것에 있음이 아닐까. 

용현계곡은 서산의 여름을 보낼 수 있는 대표적인 청정계곡으로 더위를 피할 수도 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함을 선사하는 곳이다. 

저곳까지 걸어서 올라가야 멀리 서라도 만나볼 수 있는 불상이 마애여래삼존상이다. 옛날에 이 근처에 살던 사람들은 바위에 새겨진 마애여래삼존불을 보고 산신령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좌우측에 있는 불상이 두 명의 마누라를 새겨놓은 것이라고 말했었다고 하니 참 사람들의 관점은 또 다른 것 같다. 

서산시 운산면은 중국의 불교문화가 태안반도를 거쳐 부여로 가던 행로에 중간지점에 있다.  이 옛길의 어귀가 되는 지점에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이 있었던 것이다. 백제의 불교문화에서 이 불상은 중요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본존(本尊)은 머리에는 보주형(寶珠形) 두광(頭光)이 있으며, 소발(素髮)의 머리에 육계(肉髻)는 작으며 우협시보살(右脇侍菩薩)은 머리에 높은 관을 쓰고 상호(相好)는 본존과 같이 살이 올라 있으며, 눈과 입을 통하여 만면에 미소를 풍기고 있다. 좌협시보살은 통식(通式)에서 벗어나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을 배치하였다. 

멀리서 마애삼존불의 모습만 바라보았다. 목적지에 가기보다는 여정이 더 중요하다고 느낀 날이었다. 죽음은 사건이 아니라 실존적으로 이해해야 할 현상이라고 한다. 궁극적 한계가 무엇인지 알고서야 우선순위를 바꾸고 다양한 미래를 향해 자신을 투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마애삼존불을 만나고 내려오는 길에 방선암이라고 새긴 바위가 눈에 뜨였다. 세상사 온갖 풍진을 잊고 호연지기의 높은 문학적 풍류의 철학적 담론을 한 곳으로 윤선좌가 한맹유, 김진, 홍병권 등과 교류한 곳이라고 한다. 윤선좌는 1815년 이곳 운산면 용장리 용못에서 출생하였다고 한다. 

쇼펜하우어에 의하면 인간은 자기 시야의 한계를 세계의 한계로 믿는다고 한다. 깨닫는 일과 느끼는 일을 오늘도 멈출 수 없는 것을 안다면 조금은 젊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서산 마애삼존불과 방선암이 자리한 용현리는 1914년 행정 구역 통폐합 때 자연 마을인 용비동(龍飛洞)에서 ‘용’자와 보현동(普賢洞)에서 ‘현’자를 따서 용현리(龍賢里)가 된 곳이다. 백제의 미소길은 삶의 미소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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