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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30. 2019

기착지 (寄着地)

주평역, 신기동 성당, 성보예술촌

삶도 그렇지만 여행을 다니다가 보면 중간에 기착지에 머물 때가 있다. 잠시가 될 수도 있고 하루가 될 수도 있고 며칠이 될 수도 있다. 기착지에서 새로운 것을 보기도 하고 만나기도 한다. 긴 숨에 한 번에 갈 수도 있지만 잠시 숨 고르기를 하면서 여행을 하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문경새재와 문경시청이 자리한 점촌으로 가는 길목에 작은 마을이 있다. 그곳에는 작은 성당도 있고 지금은 폐역이 된 주평역과 2015년 세계군인 체육대회를 연 것을 기념하여 조성한 공원도 있다. 

세계군인들을 위한 세계군인 체육대회가 따로 열린다는 것은 문경의 조용하면서도 한적한 시골마을인 신기동에 와서야 알았다. 경북 문경에서 열린 것을 기념하여 기념공원을 조성해 둔 것이다. 세계 군인 체육 대회(世界軍人體育大會, 영어: Military World Games)는 전 세계의 군인들이 모여서 스포츠 경기를 겨루는 국제 대회이다. 1995년에 첫 대회가 개최되었다. 올해의 세계군인 체육대회는 중국에서 열렸다. 

문경에는 폐역이 된 곳이 생각 외로 여러 곳이 있다. 어떤 곳을 관광지로 개발되어서 철로 자전거를 타볼 수도 있지만 이렇게 진남교반의 아름다운 풍광을 뒤로하고 그 흔적만을 남기고 있는 곳도 있다. 주평이라는 지명은 큰 배 모습을 하고 있는 이곳 지형을 뱃들이라고 불렀는데 한자로 주평이라고 부른 것이 역명의 유래이기도 하다. 

지금 철로가 지나가는 곳에는 이렇게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나 있다. 경상북도 문경시 양달마길 29에 자리한 주평역은 1956년에 개업을 하고 운영을 하다가 1996년에 여객이 취급 중지되었다. 

지역을 다니다가 보면 성당의 모습이 지역의 풍광과 잘 어울리는 것을 볼 때가 있다. 교회의 건물과는 조금 다른 느낌도 있지만 그 선이 적당하게 어우러져서 괜찮아 보인다고 할까.  

문경 신기동은 철로가 지나가는 건너편으로 영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영강의 길목을 따라 조금만 걸어서 내려가면 성보예술촌이 자리하고 있다. 성보예술촌에는 행사장을 비롯하여 유스호스텔과 펜션, 송정숲 산림욕장, 워크숍 홀, 족구장과 축구장, 야외 바베큐장으로 조성이 되어 있다.  

항상 문경새재를 들렸다가 시내가 있는 점촌으로 훌쩍 넘어갔는데 이날은 중간 기착지로 신기동과 성보예술촌을 들러 보았다.  성보촌은 ‘옛것이 새 것이다’라는 설립정신으로 세워졌다고 한다. 

여름에는 수영장이 있어서 한 여름의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9월이 되면 수영장은 운영하지 않는다. 체력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물을 모두 빼기 전에 수영도 해볼 수 있다.  성보예술촌은 가족 단위나 어린이 위주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지공예, 다도다식체험, 도자기 체험과 천연염색체험, 도자기 체험은 도예작가가 직접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소나무가 심어져 있는 공간도 거닐어 본다. 누가 방해하는 사람도 없고 그냥 커피를 하나 주문해서 이곳에서 주변을 감상하면서 쉬어도 좋다. 

문경하면 도자기를 굽는 곳을 쉽게 볼 수 있는 도자기의 고장이며 찻사발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곳에도 가마가 자리하고 있다.  도자기에는 질그릇 · 오지그릇 · 사기그릇 등이 있으며, 그 만드는 방법이 각각 다르다. 도자기는 토기, 도기, 석기, 자기로 분류하며, 기능적으로는 생활용기·위생용기·건축재료 등으로 나뉘는데 찻사발은 대표적인 생활용기다. 

기착지는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을 할 때가 많다.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가 일본에게 대패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괜찮은 기착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을 지원하는 영국의 적극적인 방해로 인해 가까이 갈 수 있는 운하를 통과하지 못하고 멀리 아프리카까지 돌아간 압도적인 규모의 발틱함대는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았다. 무기나 식량보다 석탄을 잔뜩 실을 수밖에 없어 식량부족 등으로 군인들의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진 것이다. 기착지는 전투에서도 중요하지만 삶에서도 중요하다. 쉴 수 있는 기착지를 잘 찾는 것은 삶에 에너지를 부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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