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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02. 2019

지켜나가기 어렵다.

사천 구계서원

작년에 사천에 자리한 구계서원을 방문했을 때는 보수 중이었는데 이번에 갔을 때는 사천의 구계서원은 보수를 끝내고 열려 있었다. 서원에서 배움을 청하면 여러 번이고 읽는다는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중 중용이라는 책을 한 권 들고 구계서원을 찾았다. 알고 있는 단어이지만 정말 지켜나가기가 힘든 것이 중용이다. 온 세상이나 나라 하나 정도는 잘 다스릴 도 있고 작위와 관록을 사양할 수도 있으며, 서슬이 퍼런 칼날을 밟은 수는 있어도 중용은 잘할 수 없다고 공자가 말했던가. 

사람은 누구나 먹고 마시기는 하지만 맛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고 하는데 이는 인생을 탐구하는 지극함과 지혜의 근본을 말하는 것이다.  

올해의 신록이 이제 전성기를 지나 가을로 접어들었다. 지금도 비가 주적주적 밖에서 내리고 있다. 비를 피할 수 있고 화창할 때의 구계서원을 보고 있으니 더 만족감이 든다.  

구계서원으로 한 걸음씩 걸어서 올라가 본다. 계단을 올라갈 때 두 계단이나 세 계단씩 올라갈 수는 있지만 어쨌든 계단을 하나씩 밟아서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가을이 무르익어 가면 홍살문을 거쳐서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 은행나무는 노란색으로 물들고 그 아래에는 그 과실인 은행이 쌓인다. 

구계서원의 문은 닫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천 같은 것으로 잠겨 있으니 풀고 들어가 볼 수 있다.  이황(李滉)과 이정(李禎)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된 구계서원은 지금 내삼문의 드잡이 공사를 진행 중에 있다. 경내의 건물로는 3칸의 묘우(廟宇), 신문(神門), 4칸의 강당(講堂), 2칸의 주소(廚所), 3칸의 고자처(庫子處), 외문(外門)이 남아 있는 곳이다.

구계서원 안쪽으로 들어가면 또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온다.  군자는 순리대로 생활하면서 그 결과를 기다리지만 소인은 위태롭게 행동하면서 요행을 바란다고 한다. 


"활쏘기는 군자가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볼 때와 유사하다. 활을 쏘아서 정곡을 맞추지 못하면 돌이켜 그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는다."

누구든지 정치를 한다고 하지만 유학에 기반한 정치는 도를 통해 실천할 수 있다고 보았다. 사람의 도는 정치를 통해서 금방 드러나고 땅의 도는 나무를 통해서 금방 드러난다. 무릇 정치라고 하는 것은 부들과 갈대가 순식간에 자라듯이 금방 드러난다. 

구계서원의 구계(龜溪)의 구는 옆이나 밑에서 본 거북이의 형상이며  계는 무릉계처럼 물이 흐르는 골짜기 자체를 뜻한다. 마을의 형상이나 역사적으로 의미를 담고 서원의 이름을 쓴 것도 있겠지만 구암(龜巖) 이정(李楨)이 1568년(선조 1) 구암 정사를 지어 후학을 가르쳤는데 1611년(광해군 3)에 그를 추모하기 위해 사천읍 구암리에 향리인들이 구산사(龜山祠)를 건립하였는데 구산사가 추후 구계서원이 된 것이다. 구계서원이 자리한 곳의 구암리의 구도 같은 한자를 사용한다. 

무릉계에 흘러가는 물처럼 그 가르침을 이어가는 공간이기도 하다. 

오래된 가르침처럼 성실함은 스스로 자신을 완성시킬 뿐만 아니라 만물을 완성시키는 원인이라고 한다. 그치지 않으면 오래가고, 오래가면 효과가 있다.  하나를 계속 포기하지 않고 오래 하기란 참 쉽지 않다. 그래서 그만두고 다른 쉬운 길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지켜나가기가 가장 어려운 것은 스스로에 대한 성실함이 아닐까. 스스로에게 성실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성실함도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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