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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03. 2019

고갯길 나무

괴산 적석리 소나무

괴산에 자리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소나무를 보겠다고 굽이굽이 꼬부랑길을 돌아서 올라갔다. 입구에서는 이정표가 있었으나 조금만 올라가면 마을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아니고는 과연 그곳에 그런 소나무가 있을까란 의구심이 들기 시작하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고갯길은 적석리에서 입석리로 이어지는 고갯길로 영남에서 이화령이나 새재를 넘어서 한양으로 가는 길목이었다고 한다. 지금이야 국도와 고속도로가 잘 만들어져 있어 이 길로 가는 사람들은 드물다. 

연풍면 적석리는 문경과 인접해 있는 곳이서 사과를 재배하는 농장이 즐비한 곳이다. 34번 국도를 따라 연풍을 지나다 보면 적석 2 터널 고갯마루에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는데 여름에는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이 소나무가 바로 천연기념물 383호 ‘괴산 적석리 소나무’이다. 

적석리가 속한 연풍면은 사과재배농가가 많이 있고 맛있기로 잘 알려진 곳이다. 지금 한참 사과가 익어가고 있는데 빛깔만 보더라도 맛있게 보였다. 

어느 정도 들어왔을까. 안쪽으로 들어오니 이정표가 다시 보인다. 이곳부터는 오르막길로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는 길목에서 사과가 자꾸 눈을 이끈다. 연풍사과는 해발 200m 이상 일교차에서 재배해 다른 지역 사과보다 향과 맛이 뛰어나 소비자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문경사과도 홍로가 유명하지만 부사나 감홍이 더 인기가 있지만 연풍사과는 홍로가 유명하다. 

사과농장에서 사과를 한참 출하준비 중인 분에게 물어서 이쪽으로 올라간다. 이곳을 지나가면 드디어 괴산 적석리 소나무가 나온다. 

고갯길 사이로 홀로 독야 청정하게 서 있는 소나무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 소나무는 높이 21.2m, 가슴높이의 둘레 3.48m의 크기로 속리산의 정 2품 송과 비슷한 모습이며, 줄기가 끝으로 가면서 5°정도 기울어 비스듬하게 자랐다. 괴산군은 소나무가 병들지 않고 온전한 모습을 지킬 수 있도록 매년 병해충 방제와 함께 생육 환경 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민속학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이 소나무는 199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400여 년 전 입석마을이 형성되기 전에 이미 존재하였던 마을의 입구에 있었던 관송(冠松)이며 마을의 수호신으로 믿고 있다. 관송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관을 쓴 소나무라는 의미다. 나무로써 장생의 관문을 통과한 낙락장송에게만 부여가 된다. 

적석리 소나무는 이 길을 지나서 저 위로 걸어서 갔을 수많은 사람들을 어루만져주었을 것이다. 

선행기언이란 말을 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한 다음 그 결과를 가지고 말을 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다고 해놓고 계속 미루려면 아예 말을 안 하는 것이 낫다. 이곳을 지나쳤을 수많은 선비들은 이 소나무를 보면서 행함이 무엇인지 매번 다짐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했으니라 미루어 짐작을 해본다. 추석때 맛볼 수 있는 사과나 제사상에 올려놓는 사과는 홍로다. 올해 추석은 예년에 비해 시기가 빨라 추석 전 출하를 위해 괴산 지역 들녘마다 농민들이 홍로사과 수확으로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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