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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06. 2019

배움과 출세

백운 고시완 선생의 백운 서재

옛사람들과 지금의 사람들과 배움의 차이가 있을까. 배움을 바라보는 자세에서 큰 차이가 있다. 현대인들은 직업이나 출세를 위한 선을 통과하기까지만 노력하고 그 이후로는 대부분 더 이상 노력을 하지 않는다. 오로지 목표를 세워놓고 그 통과점까지만 배움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옛사람들은 배움은 출세를 위한 수단이기도 했지만 출세와 상관없이 자신을 다스리고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에 평생 배움이 있었다는 점이다. 필자는 배움이란 후자가 더 바람직하고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생업을 유지하기 위해 시험을 보려고 배움을 청하고 합격하고 더 이상 배움을 청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지역이나 사회의 지도층이나 고위 관료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배움은 멈추어서서는 안된다. 사람이란 흘러가는 강처럼 끊임없이 변해가는 존재인데 만약 새로운 물(배움)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정신은 고착화되고 썩어가게 된다. 그냥 그 자리에 머물러도 좋은 사람도 있지만 그 자리에 머무르면 문제가 되는 사람이 있다. 

통영을 대표하는 음악가인 윤이상의 이야기는 이곳까지 이어져 있었다. 도천 음악마을이라고 표시된 이정표에 백운 서재로 가는 길이 안내되어 있다.  차가 안쪽까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좁아서 걸어서 들어가야 한다.  

음악을 상징하는 이정표와 달리 이곳은 예스러운 모습의 문화재 공간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도천동 소재 백운 서재(경남문화재자료 제9호)에서 이 참여한 가운데‘백운 고시완 선생 석채례’를 봉행할 것이다.  백운 고시완 선생(白雲 高時浣 1783~1841)은 출세에는 마음을 두지 않고 오로지 학문 연구에 매진한 곧은 선비로 가난한 집 아이들을 모아 학문을 가르쳤던 사람이다.  

최근 사회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잡음은 행복한 삶이 한 가지 방향만 있다고 보는 것에 있다.  좋은 학벌, 좋은 지위, 좋은 집에 사는 것이 단 하나의 행복한 삶으로 보기에 편법이 생겨나고 불협화음이 생겨나는 것이다.  왜 행복한 삶이 하나로 규정되는 것일까.  삶은 사람의 수많큼이나 다양한 길이 존재한다.   즉 행복은 하나의 길에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배움의 과정 속에 있다. 

백운 서재에서 가난한 지역의 아이들을 가르침을 했던 백운 고시완 선생은 물질 등에 욕심을 가지지 않고 그 아이들을 가르치고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데 평생을 보냈다. 백운 선생은 학문과 도덕을 겸비하였으며 도술 등에도 나름 재능이 있었던 사람이라고 한다. 

통영하면 골목 여행지의 대표적인 여행지가 아니었던가. 골목을 돌아 돌아가다 보면 의외의 장소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동피랑, 서피랑이 대표적인 골목 여행지이지만 그곳 말고도 갈만한 곳이 많이 있다.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보면 인생과 비슷한 점이 느껴진다.  구불구불 수많은 골목이 있고 한 번에 하나씩만 가볼 수 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골목 안쪽에서는 무엇이 나올지 모른다. 너무 평범한 풍경이 펼쳐질 수도 있고 입이 벌어지는 풍경이 나올 수도 있다. 

실학의 연구에 몰두하여 하늘과 인간의 관계를 깊이 탐구하고 이와 기의 흐름을 밝히는데 전력을 다했던 백운 고시완 선생은 배움의 본질을 찾아가려고 했던 사람이다.  위가 맑으면 아래도 맑은 법이다. 위가 맑지가 않은 물이 흘내려오는데 아래가 맑기란 힘들다. 조선 말기 명성황후의 외척이 요직과 이권을 차지하고 있을 때 통제사는 민형식이었는데 악정을 일삼고 백성들의 고혈을 빨았다고 한다. 이때 고시완 선생이 도술을 부려 망신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기도 한다.  살아생전에도 있었던 연못이 지금도 남아 있는데 연못에 돌을 한 번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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