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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08. 2019

추석 (秋夕)

한해 수고한 사람들의 명절

추석 때 여름 과일인 복숭아를 볼 수 있을까. 볼 수는 있겠지만 맛있는 복숭아는 보기는 힘들 것이다. 맛있는 복숭아를 마지막을 맛보고 싶다는 생각에 햇사레로 유명한 음성으로 발길을 했다. 맛있다는 음성 복숭아를 맛보는 것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햇사레는 충북에서 생산되는 복숭아를 모두 통칭하기도 하지만 특히 음성군에서 나오는 복숭아가 그 대표성을 지니고 있다. 

법인의 형태로 운영되는 충북 농특산물 유통사업단을 찾았다. 농장에서 바로 구매할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이런 곳에서 파는 농산물이 가격이 저렴할 때가 많다.  복숭아는 크면 클수록 맛있다고 누가 그랬던 것 같기도 하지만 아무튼 클수록 가격대가 있다.  이날 선택한 것은 11~12개 정도가 들어가 있는 복숭아였다.  

수박과 함께 여름과일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복숭아는 향부터 남다르다. 수박은 껍질이 두꺼워서 냄새를 맡기가 쉽지 않은데 복숭아는 그냥 냄새만 맡아봐도 그 달달함이 느껴진다.  복숭아는 천상에서 열리는 과일로 이것을 먹으면 죽지 않고 장수한다는 전설이 있어, 이 전설에서 유추하여 복숭아가 장수의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추석맞이를 앞서서 복숭아를 먹어야 될 것 같았다. 이제 추석은 알아서 챙기는 명절이 되어가는 듯하다. 추석이 즐거운 명절이 되어야 하지만 의무적으로 강요를 한 느낌도 있기에 세대 간 갈등의 시간도 되었다. 누군가가 고생하는 시간이 아니라 같이 준비하고 즐기는 시간이 되어야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다.  

풍년을 기원하는 주술행위와 조상의 은혜에 보답하려는 추원보본(追遠報本)이 합하여진 행사 등이 있는 추석에는 술은 백주(白酒)라고 하여 햅쌀로 빚기 때문에 신도주(新稻酒)라 불렀다. 

아무렴 어떠하겠는가.  달이 밝기 전에 가지고 싶었던 묠니르가 도착할 듯하다.  고대 노르드어로 묠니르는 박살 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묠니르는 산을 평지로 만들 수 있는, 노르드 신화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무기 중 하나이다. 스노리 스툴루손에 따르면 신드리와 브록크라는 드베르그 형제가 이 망치를 만들었다고 한다. 지역은 다르지만 묠니르는 추석과 잘 어울린다. 묠니르의 어원은 게르만 조어 meldunjaz이며, 그 어근은 갈아 빻다 라는 뜻의 malanan이다. melwan 은 밀가루라는 뜻이다. 추석을 맞아 음식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망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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