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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09. 2019

Gloomy Sunday

대전을 조망할 수 있는 식장산

태풍에 이어 비가 내리는 어두컴컴한 일요일 오래간만에 식장산을 찾았다.  글루미 선데이는 노래로도 유명하다. 우울한 일요일(헝가리어:Szomorú Vasárnap)은 헝가리의 피아니스트 셰레시 레죄(Seress Rezső)가 1933년에 발표한 노래이다. 많은 자살을 불러일으킨 노래로 유명하기도 하다. 날이 어두워서 일요일이 글루미 선데이로 변했다.  식장산을 안 올라가 본지가 오래된 것 같아 올라갔다가 없었던 건물이 생겨서 깜짝 놀랐다. 

역시 식장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돌아 돌아 한참을 올라가야 식장산의 정상까지 가볼 수 있다. 가는 길목에 겨울을 대비해 모래등을 비축해두는 공간에 대전의 여행지가 그려져 있었다.  

식장산 하면 대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충남의 최고봉 서대산(904m), 옥천의 최고봉 대성산(705m) 등 인접지역의 명산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식장산(623.6m)은 대전광역시 동구와 옥천군 군북면, 군서면 등 세 지역에 걸쳐있는 산이다. 

식장산은 백제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의자왕에게 충신 성충(成忠)은 백제의 국운이 위태로움을 간하였는데 이때 식장산을 언급한다. 옛 이름은 탄현(炭峴)으로 신라가 넘어온다면 이곳으로 넘어올 것이기에 방어에 신중을 기하기를 고한다.  

백제 때 성을 쌓고 군량(軍糧)을 많이 저장하여 신라를 방어하는 요새지였지만 의자왕은 성충의  말을 듣지 않고 논산의 황산벌과 백강에서 적병을 막았고 신라는 방어가 허술했던 탄현을 넘어 침공하여 결국 백제는 패망하였다.

비가 오고 있었지만 나름 맞으면서 돌아다닐만할 정도로 내리고 있었다. 식장산에는 상당히 큰 규모의 누각이 세워져 있었다. 기둥은 모두 12개의 띠를 상징하는 동물들이 받치고 있는 형태다.  

어두컴컴한 글루미 선데이인데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식장산을 찾아왔다.  맑은 날 탁 트인 전망과 대전시내를 바라보는 것도 괜찮지만 이렇게 어두컴컴한 날에도 찾아와도 색다른 매력이 있다.  

대전의 최고봉을 간직한 산이기에 이곳에서는 대전에 자리한 산들을 모두 볼 수 있다.  보문산, 빈계산, 우성이산, 계족산 등이 아래로 펼쳐진다.  

영화 글루미 선데이는 암울했던 시기에 사람에 대한 존엄을 이야기했던 영화다.  날이 좋은 날이 있으면 어두운 날도 있다.  글루미(Gloomy)한 날이 있어서 샤이니(Shiny)한 날이 더 빛이 나는 법이다.  내면의 세계를 잘 살피는 일인 성찰은 쉽지가 않은 일이다.  자신을 바라보는 성찰은 밝은 날보다 어두운 날이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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