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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09. 2019

마음의 안식처

예천임씨 임정한의 안동 금포고택

앞서 예천임씨중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임춘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임춘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예천임씨의 시조가 된다.  그 후손들은 금소리에 거주하면서 사는데 그래서 예천임씨 집성촌을 이루게 된다.  금소리에는 예천임씨 임정한의 호를 딴 금포고택도 자리하고 있다. 마을의 안산(案山)인 비봉산(飛鳳山) 봉우리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면 마을 앞들에 흐르는 물길이 비단 폭을 펼쳐 놓은 듯하여 금수(錦水)·금양이라 불렀던 곳이기도 하다. 

금포고택이 자리한 이 곳은  비봉산 아래의 오동소(梧桐沼)에는 거문고가 있어야 부합된다는 전설에 따라 금소(琴韶)로 개칭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금도 후손이 살아가고 있는 이 고택은 전통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금포고택의 앞쪽에는 길안천이 흐르고 있는데 동네 중앙에 자리한 뒷산에는 봉황이 날아들어 대나무 숲에 앉아 죽실만 먹었다고 한다.  이 고택은 19세기에 지은 조선 후기의 전통가옥이다. 금포 임정한은 시와 문장에 능하였다고 한다.  

금포고택에는 소유의 교지 14장, 동의보감 12권, 의학 입문서 12권, 호남 연어록, 일기류, 고문서 등 500여점이 수탁되었다고 한다.  

금포고택은 알을 품을 것 같은 느낌의 마을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을 처음 가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드는 고택이었다.  

고택 여기저기를 장식하는 민화는 대부분 차종부 박금화 씨가 직접 그린 것으로  집안 곳곳에 민화가 걸려있다. 각 방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모두 다른 것도 금포고택에서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을 느껴보기 위해서는 안방과 상방, 사랑방에서 투숙을 해볼 수 있다.  

양반가문의 특징이라면 전해져 내려오는 음식의 맛이 있다는 점이다. 금포고택 역시 문어 요리가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곳이라고 한다.  글월 문文을 쓰는 문어文魚는 선비의 고장으로 불리는 안동에서 곧 선비가 먹는 고기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양반 가문에서 문어로 만든 요리를 즐겨 먹었다.  

집안의 곳곳에는 그림들이 걸려 있다. 잘 살펴보면 그 특색이 남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금포고택의 곳곳을 장식한 민화와 안동포는 이곳에서 직접 만든 것들이라고 한다.  민화는 본디 장식성을 가진 실용적인 그림으로, 집안 곳곳을 장식하는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필자 역시 무언가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는데 먹고살만하면 무언가를 수집하고 싶어 지는 모양이다.  

마당의 아무 곳에나 걸터앉아서 조용한 분위기 속에 금포고택의 분위기를 만끽해 본다.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운동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정신도 같이 채워주는 것이 필요하다. 마음이 너무 무겁거나 우울하면 삶의 질이 낮아지고 자연스럽게 자존감까지 낮아지는 것이다. 기억에 의지하기도 하고 금포고택 같은 곳을 찾았을 때의 기억을 다시 되새겨보기도 한다. 마음의 안식처는 한 곳일 필요성이 없다. 정신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조금씩 조금씩 맞추기만 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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