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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14. 2019

신이란 무엇입니까.

서천 산막골 성지

"신이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진 아퀴나스의 대표 저서는 신학대전으로 주요 신학적 질문들에 대한 광범위한 고찰을 담고 있다. 아퀴나스에게 모든 탐구의 시작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 "모든 인간은 본성적으로 알고자 하는 욕구를 타고났다"라는 개념이었다. 명절에 가족과 만나는 시간이 있었다. 필자는 동생과 전혀 다른 성향을 가졌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필자는 활동적이면서 계속 움직이며 무언가를 발견하고 깨닫는 것을 좋아하지만 동생은 침대에서 내려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극단적으로 성향이 갈리는 셈이다.  

산막동 혹은 산막골이라고 불리던 이곳에는 천주교 탄압이 있을 때 신자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방치된 곳이었지만 최근에 성지 정비사업에 의해 진입이 용이하게 되었다. 

충남에 성지가 많은 이유는 중국과 가까웠던 지리적인 이점도 있었지만 한국 천주교의 태동과 전파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곳이기에 그렇다. 천주교 유적은 조선시대에 없었던 평등 지향성을 만들고 보편성과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산막동에서 시작하여 줄무덤 등으로 이어지는 길은 천주교 교우촌 순례길이 있다.  산막동은 황석두 루카 성인이 기거하던 곳으로 1856년 연풍에서 이주하여 3년 여동안 참회와 보속 하다가 1866년 병인박해로 가족들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 산막동의 순교자는 황기원 안드레이, 황천일 요한, 김요셉, 이경서, 박정로다. 

예전에 왔을 때는 없었던 것들도 새롭게 생겨났다. 천주교 성지를 가면 예수가 십자가에 순교하게 되는 그 고난의 길이 그려져 있다.  

충청남도 내 천주교 성지는 천안 성거산 성지, 아산 공세리 성당, 남방재 성지, 당진 솔뫼·신리·원머리 성지, 합덕성당, 서산 해미 순교성지, 보령 갈매못 순교성지, 공주 수리치골 성지, 황새바위 순교성지, 예산 배나드리·여사울 성지, 홍성 홍주성지, 서천 산막골 성지, 금산 진산 성지, 부여 지석리 성지, 청양 다락골 성지 등 수많은 성지들이 남아 있다. 


모든 여행자는 자신이 갈 길을 선택해서 갈 수 있다. 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은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의 충고를 따르는 쪽을 선택했고, 그렇게 함으로써 진실의 길을 걷게 되었다.  

유대교 신비주의자였던 나탄에 따르면 신의 영원한 불길에서 솟구쳐 나온 빛은 두 갈래라고 한다. 빛의 하나는 생각으로 가득 찬 빛이고 또 다른 하나는 생각을 완전히 비운 빛이다. 그리고 두 성질이 모두 같은 불꽃 안에 동시에 존재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한다. 

그대의 근본을 생각해보라

그대는 짐승처럼 살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덕과 지식을 추구할 운명을 타고났다. 

산막골 성지의 한켠에는 집이 하나 자리하고 있다. 오래된 물건과 새로운 물건이 같이 있는 이곳은 성지와 관련된 분이 거주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이곳이 좋아서 온 분이 거주하는 것 같기도 하다.  1839년 기해박해를 피해 천방산에 숨어든 신자들은 기록상으로만 57명이 서천 관아로 끌려가 순교했다. 그런데도 2010년에야 성지로 선포됐고, 그간 작은 푯돌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지만 이제 길을 사이에 두고 미사를 드릴 수 있게 됐으며, 성지로 오르는 길목에는 십자가의 길 14처가 설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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