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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14. 2019

시간이 멈춘 마을

서천 판교

무엇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고 나를 나답게 만드는가. 그것에 대한 정보는  DNA에 있다. 대를 이어 자신의 정보를 전해주고 다시 대를 이어 그 기억을 이어간다. 아직까지도 유전정보는 너무 길고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쓰여 있다.  아직까지 유전정보를 바로 해독할 수 없으므로 DNA를 이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유일한 도구는 비교뿐이 없다.  어느 여행지를 다니다가 보면 오래된 공간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런 곳을 보면 예스러운 공간이면서 한민족의 DNA가 남아 있는 것만 같다. 

서천에는 판교라고 불리는 지역이 있다. 마을 입구에는 독립운동가였던 고석주 선생의 흉상이 먼저 맞이해준다.  고석주는 1919년 3월 5일 전라북도 군산 지역에서 독립 만세 시위에 가담하여 거사 준비를 하고 영명학교 학생과 개정 병원 직원과 합세하여 독립 만세를 외치며 활동했던 사람이다.  독립과 관련된 활동으로 옥고를 치른 후에 학교와 교회에서 민족의식 고취에 힘썼으며, 충남 서천 판교면에 교회를 개척하여 계몽운동과 농촌운동을 펼쳤다. 1937년 7월 17일 판교면 자택에서 별세하였다.

판교역은 옛날에 기차역으로 사용되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시간이 멈춘 마을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역전을 중심으로 판교 시장, 일본식 가옥, 동일주 조장 등과 앞에 먹거리촌이 자리하고 있다.  

마을 어귀에 있었던 나무다리에서 유래한 지명인 '판교'에서 유래한 옛 판교역이다.  나무다리로 만들어두었던 지역의 지역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원래 한국의 지명들은 오래된 지역의 역사나 지형을 따서 불렀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도시에서는 도시의 중심을 중구, 북쪽은 북구, 동구, 서구 등을 사용하는데 이는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이 지명을 쉽게 붙이는 방식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판교에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보니 생각보다 맛있을 것 같은 음식점들이 눈에 뜨였다. 그중에서 냉면으로 유명하다는 한 음식점을 찾아서 들어가 보았다. 조금은 독특한 비주얼에 일반적으로 먹던 냉면과 느낌이 약간 다르다.  진득하면서도 살짝 매운듯한 느낌의 냉면이다. 

나무로 만든 다리가 있던 서천 판교에는 충청남도의 3대 우시 장중 한 곳이 열리던 곳이었다. 예전에 지인과 마지막으로 가본 광시도 우시장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우시장이 열리는 곳은 고기가 신선하고 가격 대비 만족할만한 부위들을 내놓는 곳이 많다.  

옛날에는 대학을 가르치기 위해 소를 판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우골탑(상아탑)은 가난한 농가에서 유일한 재산인 소를 팔아 마련한 학생의 등록금으로 세운 건물이라는 뜻으로 대학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서천 판교 시간이 멈춘 마을에는 오래된 풍경과 맛, 역사가 시간 속에 녹아들어 있는 곳이다. 크지는 않지만 한 번쯤은 들려서 구석을 살펴 본 다음 음식촌에서 배를 채워보는 것도 좋을 곳이다. 앞으로는 여행지와 이민자가 소수에서 다수로 늘어남에 따라 이들이 이곳저곳으로 퍼트리는 문화, 언어, 노동, 네트워크는 많은 것을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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