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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14. 2019

담긴 물

문경 용추계곡

물은 흐르다가 특정 공간에서 담기기도 하고 다시 흘러가기도 한다. 물이 담기기에 적당한 공간에서 담겼다가 썩지 않으려면 다시 흘러가야 한다.  그것이 물이 가진 숙명이며 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  물은 사람과 속성이 비슷하다.  발원지에서 출발하는 물처럼 태어난 사람은 어떻게든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변화하기를 거부하는 순간 사람 역시 정체되고 뒷걸음치게 된다. 본인만 그걸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문경은 다양하면서도 볼 것이 많은 여행지다. 문경에 자리한 대야산大野山(930.7m)은 특별한 여름 산행지이기도 하다. 우거진 숲은 계곡과 조화를 이뤄 무릉도원을 생각나게끔 한다.  그토록 괜찮다는 용추계곡을 기억으로는 이번이 처음 방문이다. 초입부터 우거진 숲과 널찍한 너럭바위, 그 위를 흐르는 맑은 계류가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을만했다.  

용추계곡으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용추계곡이라고 쓰여 있는 곳에서 산을 넘어가서 만나는 방법도 있고 대야산 자연휴양림 옆으로 가서 수백 미터를 걸어 들어가는 방법이나 자연휴양림 내에서도 갈 수 있는 길이 있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는 접점에 한 가지 가치만 강요할 때 일어나는 듯하다.  

항상 어떤 곳을 찾아갈 때 보면 몇 백 미터라고 되어 있는데 왜 실제 가보면 그 표시된 거리보다 더 멀다는 느낌이 들까.  보통 1.3배 정도의 차이가 나는 느낌이다. 명절 때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문경 용추계곡의 절경을 만나기 위해 찾아왔었다.  

문경 8경 중 하나인 용추는 3단으로 흘러내리는 폭포의 생김새가 신비한데 계곡이 비교적 넓고 수심도 깊지 않아 물놀이 장소로 제격이다. 그냥 바위에 걸터앉아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살다가 힘이 들면 잠시 앉아서 쉬는 것이 삶이다.  물도 계속 흐르지 않는다. 이런 곳에 와서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아래로 흘러서 내려간다.  

드디어 용추계곡이라고 불리는 곳까지 걸어서 왔다.  상단은 거대한 바위가 수천 년 동안 물에 닳아 원통형의 홈이 파였는데 일반적인 폭포의 모습이 아니라 홈을 타고 맑은 계류가 엿가락처럼 꼬아 돌며 흘러내린다. 상단에 파인 홈은 하트 모양이다.

위쪽에 올라가서 용추계곡을 내려다보기 위해 조금 더 올라가 본다. 월영대와 대야산은 조금 더 올라가야 나온다. 용추의 비경에 신비감을 더해 주는 것은 용추 상단에 선명하게 찍힌 용의 꼬리라고 한다. 용의 비늘 자국과 흡사해 보인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려가는 물줄기가 인생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 준다.  

위에서 내려온 물이 이곳에서 모인다. 물의 색깔이 영롱해서 신비해 보인다.  한 번쯤은 빠져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반지의 제왕에서 요정 갈라드리엘이 자신의 미래를 볼 수 있게 해주는 그런 물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암수 두 마리의 용이 하늘로 오른 곳이라는 전설을 간직한 곳이며 뻔한 폭포의 모습이 아니지만 조화를 이룬 모습이 비경을 이루고 있다. 아주 오래전에 용들이 이곳에 있을 때가 있지 않았을까. 사람과 공존하면서 살았을 마치 중간 연대기의 전설처럼 용족의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상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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