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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15. 2019

유일(有一)과 통일(通一)

괴산 천년고찰 각연사를 만들다.   

공평함, 정의, 도덕적 책임, 법적 책임은 사회를 하나로 묶는 합의의 심장부에 있는 개념이다. 어릴 때를 생각하면 지금처럼 학벌의 문제가 심각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낮은 임금과 높은 경제성장률은 한국을 견인하고 있었고 적당한 수준의 대학만 나오면 취업에 문제가 없었던 때였다.  게다가 IMF 전까지만 하더라도 직장을 오래 다니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부와 가난이 양극단으로 집중되면서 기존의 공평성과 정의 개념이 시험대에 올랐으며 복잡성도 증가하고 있다. 한때는 분명해 보였던 도덕적 책임과 법적 책임도 모호해졌다.  

괴산과 음성을 가로지르는 국도를 지나가다가 만나는 각연사라는 사찰은 매번 지나다가가 우연한 기회에 들어가 보았다. 천년고찰이니 그 역사가 오래되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괴산 각연사는 신라시대에 유일이라는 승려가 창건하고 고려초에 통일이 중창하여 대찰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삼국시대와 통일신라,  고려시대 등에 창건되고 중창된 사찰들은 사회화합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물론 모든 백성에게까지 그 혜택이 가기는 쉽지는 않았겠지만 창건설화를 보면 그런 의지를 담은 경우가 많다. 무언가 이루고 싶고 잘 살고 싶은 사람들의 소망을 위해 구석구석에 사찰을 지었던 것이다. 

각연사에 현존하는 당우로는 비로전·대웅전·칠성각·산신각 및 요사채 2동 등이 있다. 대웅전 내 동편에는 승려상이 있는데, 이 절의 창건자 유일이라는 설과 중국의 달마(達磨)라는 설이 있다. 승려의 이름을 보면 오직 하나만 있다는 의미로 창건하고 하나로 합친다는 의미의 중창이었다.  사회대통합과 닮아 있다.  

유일이 사찰을 짓기 위하여 현재의 칠성면에 자리를 잡고 공사를 시작하였는데, 갑자기 까마귀 떼가 나타나서 대패밥과 나무 부스러기를 물고 날아갔다. 이를 이상하게 여겨 까마귀를 따라가니, 조그마한 못에 물고 온 대패밥을 떨어뜨리고는 못가에 앉아 쉬고 있었다. 유일이 물속을 들여다보니 한 석불이 있었으므로 깨달은 바 있어 못을 메워 절을 짓고 각연사라 하였다 한다. 

지금 각연사의 대웅전은 보수공사 중이었다. 발주자가 괴산군청인데 특이하게 시공자가 홍대 건설이다.  가을이 지나가기 전에 보수가 완료될 듯 보인다.  

보수공사 중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주변에 기와라던가 공사와 관련된 물건들이 쌓여 있었다.  

감로수도 한잔을 마셔본다. 달달함 그런 맛이 입안을 감싸고돈다.  

괴산 각연사에서 유명한 보물은 바로 석조 비로자나불 좌상이다.   ‘비로전’이라 불리며 ‘비로자나불’은 모든 부처님의 진신(眞身)인 법신불(法身佛)을 의미한다.  사찰의 생활은 자잘한 사소함도 결코 소홀함이 없이 용맹 정진해야 비로자나불의 ‘광명편조(光明遍照 : 세상을 두루 밝게 비춤. 비로자자의 다른 뜻)’한 세상을 깨우칠 수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비로자나’는 산스크리트어인 바이로차나(vairocana)를 음역 한 것으로 중생이 진심으로 빌고 바라는 바에 따라 상이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데, 미혹에 얽매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삼존불(三尊佛 : 법신, 보신, 화신)’을 나타내고 있다.  불교에서 삼존불을 모시는 것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 부처님이 여러 세상에서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한다.  우연한 기회에 찾은 각연사에서 유일과 통일이라는 이름에서 의미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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