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인 이육사

실천하는 지식인이 걸어가야 갈길

명절 때 가족과 만나서 이야기하다가 이육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누었던 이야기는 굳이 언급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내가 행동한다고 해서 모두가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이를 기다려줄 수도 없다. 비전이나 의지가 부족한 사람이 참여하길 기다리느라 행동을 미루기에는 기회비용이 너무나 크다. 솔선수범이나 긍정적인 본보기를 보이는 것만으로는 기존 관행이나 매몰 비용을 포기하도록 만들기에 충분하지 않을 때가 있다. 불을 질러야 할 때가 있다. 단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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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이육사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일제강점기에 지식인으로서 일제에 대항했던 사람으로 써 내려갔다면 이번에는 문학인으로 이육사를 바라보고자 한다. 그는 앞서 말한 것처럼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다. 사람은 압박 속에서 그 진가가 드러난다.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앞에 보이는 물욕 앞에서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따라 살아온 인생이 면모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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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사의 정신은 유림문학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퇴계 이황의 정신을 이어받은 그는 민족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어떻게 처신할 것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실천적 문학인으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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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나이가 드신 분들과 이야기할 때가 있다. 그 시절에는 모두 배움이 없었다고 말하면서 교육의 기회를 말하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왜 배워야 하는지 왜 가르쳐야 하는지를 몰랐을 뿐 많은 지식인들이 1900년대 초반에도 가정에서 어린 시절의 교육을 통해 정신세계를 구축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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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사가 쓴 대부분의 시에는 열악한 시대 상황에 맞서려는 인간의 내면 갈등과 이를 이겨내려는 강한 뜻을 담아서 표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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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 서서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어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이 꿈길에 혼자 설레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 아니리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 속 깊이 거꾸러져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 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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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인 이육사를 보면 부러운 것은 같은 성향과 지식으로 나아가려는 형제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육사가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사실이지만 형제들도 면면히 보면 그 정신의 꼿꼿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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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육사 역시 고뇌와 고민이 얼마나 많았을까. 태어나서 불과 40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그는 친가와 외가 쪽 모두 일제에 항거한 엄숙하고도 애국적인 가풍 속에서 자랐다. 이육사는 정인보와 교류를 하기도 했다. 정인보는 문장은 고금에 맹자를 넘어설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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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는 어릴 적부터 형제들과 함께 할아버지로부터 천자문, 통감(通鑑), 소학(小學) 등을 익혔다고 한다. 6형제 모두 재예(才藝)가 뛰어났다고 한다. 이육사는 생애를 통틀어 36편의 시밖에 남기지 않았다.


까마득한 날에 / 하늘이 처음 열리고 /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 모든 산맥(山脈)들이 /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 차마 이 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 부지런한 계절(季節)이 피어선 지고 /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 지금 눈 내리고 / 매화 향기(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 이육사의 절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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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사 기념관을 보고 아래로 내려오면 이육사를 기리는 청포도 시비공원이 나온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폭풍우 속으로 끌려들어 가고 있다. 후대에 우리는 어떤 유산을 남겨줄 것인가. 실천하는 지식인이 걸어갔던 이육사를 보면서 추구해야 될 삶의 길이 무엇인지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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