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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30. 2019

시간의 음식

광천 전통시장의 젓갈들

충청남도에서 젓갈로 특화된 지역은 대표적으로 두 곳이 있다.  논산의 강경과 한 곳은 홍성의 광천이다. 강경과 광천 둘 모두 색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젓갈에 특화되어 있지만 강경은 조금 더 평범한 젓갈이 많고 광천은 독특한 맛을 낼 수 있는 젓갈이 더 많은 느낌이다.  젓갈은 소금과 시간이 만들어낸 전통의 맛이다.  전 세계에 한국말고도 시간이 만들어낸 음식을 먹는 나라가 적지 않다. 알을 사용해서 만든 캐비아도 젓갈이며 필리핀에도 새우젓이 있는데 바곤이라고 부른다. 

광천에서 열리는 5일장은 4일과 9일이지만 상시로 운영되는 시장에서는 언제든지 전통시장의 젓갈을 만나볼 수 있다.  

광천 전통시장은 광천리에 자리하고 있다.  본래 결성군 광천면의 지역으로서 광천면이 있었으므로 광천리라 하였는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삼봉리, 신촌, 벌리, 장대리와 신대리, 소용동의 각 일부와 가산면의 포항리 일부를 병합하여 광천리라 해서 홍성군 광천읍에 편입되었다. 

광천 전통시장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젓갈 중 황석어젓이 있다. 보통 황석어젓은 김치의 독특한 맛을 내게 하는데 삭혀서 건더기를 건져내고 그 액젓을 사용해서 김치를 담그는 방법이 있고 바로 사서 머리와 꼬리를 떼어내고 몸통을 잘게 다져서 김치를 담그는 방법이 있다. 

광천 전통시장 주변으로 신랑 1동, 신랑 2동, 원동, 신동, 신대, 원촌, 삼봉 등 7개 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새우젓은 묘한 매력이 있다. 새우의 종류마다 김치의 맛을 새롭게 만들기도 하지만 어떤 새우젓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맛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흔하게 먹는 케첩도 말레이어로 젓갈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토마토가 숙성되어서 만들어내는 토마토케첩도 어떻게 보면 시간의 맛인셈이다.  

역시 비싸기도 비싸지만 육젓의 크기와 색감은 모든 새우젓 중에서 탁월하다고 생각들만 하다. 보통 새우젓을 사서 놓으면 냉장고에 넣어두면 갈변되기도 하는데 갈변되었어도 음식 맛을 내는데 그다지 큰 상관이 없다.  초보주부의 경우 상한 줄 알고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아까 본 것이 육젓이고 지금 본 새우젓은 오젓인데 색감이 달라서 물었더니 이 새우는 육젓과 종이 다르다고 한다. 그런데 색감이 더 이뻐 보인다.  

육젓이 조금 비싸다고 생각하면 여러 새우가 섞여 있는 추젓을 사다가 적당하게 섞어서 사용할 수도 있다. 우리가 반찬으로 쉽게 접하는 알로 만든 젓갈은 자손을 많이 낳기를 기원하면서 먹던 음식으로 명란젓은 정월 초하룻날인 설날에 자손이 번창하라는 의미로 먹었다고 한다.  

삭히는 것은 새우나 알젓도 있지만 이렇게 물고기를 삭히는 것도 있다.  아직까지 삭혀놓은 물고기를 가지고 하는 요리를 해본 적이 없어서 언젠가는 한 번 해볼 생각이다.  

이곳에서 오래도록 호떡을 구워서 팔았다는 할머니다. 호떡을 익혀 먹는 것인지 구워 먹는 것인지 그 선이 애매하기도 하지만 구어 먹는 쪽에 가깝지 않을까. 젓갈을 음식에서 가장 잘 사용하는 지역은 역시 전라도다. 충남과 전라도에 젓갈음식이 잘 발달한 것은 그만큼 어획량이 기반이 되었기 때문이다. 생으로 먹고 나서도 남으니 새로운 맛을 내기 위해 젓갈문화가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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