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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08. 2019

구곡 로드

문경의 성찰을 위한 길

괜찮은 풍경이 있다는 곳을 보면 대부분 선비의 발걸음이 이어져 있다. 선비들이 좋은 곳만 찾아다녔다기보다는 본성을 깨닫기 위해 도학에 몰입하였는데 그중에 자연을 도에 이르는 첩경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경의 입구에 자리한 구곡 로드 역시 그 이상향에서 만들어진 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에서 구곡이 가장 많은 곳은 경상북도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곳이 바로 문경이다. 문경을 동쪽에서 들어가면 산양면이라는 곳이 나오는데 그곳에 구곡 로드가 있다.

금천이 흐르는 산양면은 영강이 서부 경계를 흐르며, 그 지류인 금천이 면의 중앙부를 지나 남쪽으로 흐른다. 쌀·보리 등 주곡작물의 생산이 많으며, 한우 농가도 많은 곳이다.  

금천의 구곡 로드는 청대 권상일 선생의 청대 구곡, 근품재채현 선생의 석문구곡과 산양 구곡이 겹쳐져 있는 곳이다. 청대구곡(우암, 벽정, 죽림, 가암, 청대, 구잔, 관암, 벌암, 소호), 석문구곡(농청대, 주암, 우암대, 벽입암, 구룡판, 반정, 광탄, 아천, 석문정), 산양구곡(창주, 존도봉, 창병, 형제암, 암대, 상주, 근품산, 구룡판, 반정)

세상에서 제일 만나기 힘든 사람이 자기 자신이라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2,800년 전에 살았던 장님이지만 자신을 성찰했던 사람이 있었다. 호메로스라는 사람으로 당시 그리스는 문자도 없고 사상도 없던 암흑기였지만 그가 그 암흑기를 깬다. 

오래 걷다 보면 보통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냥 좀 건강해질 것 같은 감각과 함께 어디론가 가고 있다는 그런 느낌 정도다.  그렇지만 생각할 시간은 가질 수 있다.  

"내 인생 최전성기에 문득 뒤를 돌아보니 어두운 숲 속에서 길을 잃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다." 단테라는 사람이 쓴 신곡의 첫 구절이다. 단테는 당시의 지위는 최고 위치인 프리오레(Priore)로서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했었다. 단테의 신곡은 정치인이나 고위층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문경을 흘러가는 금천에는 두꺼비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금천이 흘러가는 다리에는 이렇게 두꺼비가 위에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교량 조형물로 복 두꺼비 상을 올려놓은 것은 예로부터 두꺼비는 행운과 만복을 가져다주고 자손번창과 다산(多産)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문경의 구곡은 아홉굽이라는 뜻으로 물줄기나 산이 굽어진 곳으로 산속을 굽이굽이 흐르는 물줄기 가운데 풍광이 아름다운 풍광이 있는 아홉 개의 굽이를 의미한다. 학문과 수양에 힘쓰려는 유학자들이 깊은 산속 경치 좋은 곳을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구곡문화가 발달했다고 전해진다. 

걷다 보니 존도 1리에 도달하였다. 산양면에는 행정구역은 불암리·존도리·녹문리·현리·부암리·과곡리·형천리·위만리·우본리·진정리·반곡리·연소리·송죽리·평지리·신전리·봉정리 등 16 개리가 있다. 그러고 보면 철학적으로 서양이나 동양 모두 예전이 더 깊이가 있었던 것 같다. 단테는 박학다식함과 당대의 뜨거운 정치논쟁에 개인적으로 연루된 사건들로 인해 중세 정치철학의 주요 논문 가운데 하나인 제정론(De monarchia)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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