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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18. 2019

근원적인 삶

태풍이 만든 거제의 매미 성

자연이 만들어낸 거제의 아름다운 여행지도 많지만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거제의 여행지중 태풍이 만들어낸 곳으로 매미 성이 있다. 한 사람의 의지가 거제를 알리는 여행지로 탈바꿈을 한 것이다. 인간이 사물과 관련을 맺고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사물에 둘러싸여 의식주를 해결하며 살아가는 삶을 의미하지 않는다.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변화시키는 힘은 사람에게 있다.

올해도 한국은 태풍의 피해에서 자유롭지는 못했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태풍 중 매미만 한 것도 없을 듯하다. 2003년에 강타한 매미로 인해 전국은 많은 상처를 입었는데 이때 거제도도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당시 경작지를 잃은 시민 백순삼씨가 자연재해로부터 작물을 지키기 위해 오랜 시간 혼자서 벽을 쌓아 올렸는데 지금은 명소로 알려지게 되었다. 마치 유럽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작은 성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만든다.  

미래를 막연하게 받아들이고 현재라는 시간을 허투루 살아간다면 비본래적 시간성만 보게 된다고 한다. 죽음을 망각하고 그저 하루하루 의미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그저 인간으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매미 성을 보면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갔던 사람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누구나 죽음을 의식하면 진심을 다해 살아가려는 마음이 샘솟는다고 한다. 자신의 고유한 가능성에 집중하며 죽음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각오를 하면 대체 불가능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와서 매미 성의 위쪽으로 걸어서 올라가 본다. 혼자서 무슨 생각으로 이곳을 쌓았을까. 나중에 사람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받아들여질지 알고 만든 것이 아니라 그냥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든다. 

거제의 아름다운 바다를 보고 마치 중세의 성을 돌아보듯이 위로 아래로 걸어서 돌아본다. 샤트르트는 자신의 인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상태를 "인간에게 자유형이 선고되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스스로 무엇인가를 선택하지 않고서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인간의 자유로운 삶을 잘 표현했다. 

저 안쪽에는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서 아래로 내려와서 들어가 본다.  와인 저장고 하나쯤 있어도 될 것 같은 곳이다.  

차가운 사회가 잘 사는 비결을 브리콜라주라고 하는 개념이 있다. 브리콜라주는 손으로 하는 간단한 작업을 의미하는 프랑스어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재료를 이용해 적당히 무엇인가를 만든다는 의미다. 논리적인 절차나 설계도 없이 매미 성은 적당히 필요한 것을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손 재주꾼의 흔적이다. 

층층이 켜켜이 쌓아 올린 매미 성을 위에서 올라갔다가 아래로 내려와서 다시 돌아보았다.  처음에는 거제시의 공식 관광지는 아니었지만,  높이 9m, 길이는 110m가 넘는 장대한 성곽이 형성되어 바닷가의 성과 같은 이국적인 모습으로 소위 사진빨이 잘 받고 망루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거가대교, 이수도 등의 경치도 좋아 입소문을 타고 거제시의 명소 중 하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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