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Dec 10. 2015

장원막국수의 감칠맛

부여를 탐하다. 

부여라는 곳은 어떤 곳인가?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던 곳이다. 무언가 지루해지는가? 신라의 수도인 경주를 알기에도 벅찬데 백제의 수도까지 알려고 들면 재미없을 수도 있다. 부여에서 굳이 역사를 생각하지 않아도 장원막국수 한 그릇을 후루룩 말아먹고 다녀올만한 부여 여행지 딱 세 곳만 추천해본다. 그전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장원 막국수를 한 그릇 먹고 떠나 보자. 


부여의 장원 막국수는 사람들에게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음식점 중 하나이다. 물론 나는 무척 좋아한다. 달달한 감칠맛이 입안에 착착 감기는 느낌이 좋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원한 막국수를 입안에 넣고 비주얼은 그다지 없어 보이는 김치 하나가 그렇게 잘 어울린다. 그리고 이곳은 수육도 파는데 그 수육과 같이 먹어도 좋다. 


이 막국수는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국물에 있다. 모 TV 프로에서 말하는 것처럼 맛에는 설탕이 최고인 것처럼 설탕을 과도하게 사용할지도 모르지만 국수를 따라 올라오는 그 텁텁하면서도 묘한 달달함과 시원함이 좋다. 막국수의 면발 역시 쉬이 뱃속을 넘어가기 때문에 먹는데 어려움이 없다. 성인 남자라면 막국수 보통으로 조금 모자랄 정도이다. 나에게는 곱빼기가 가장 잘 맞았던 것 같다. 항상 밑바닥을 보고 나온다. 


장원 막국수집 근처에는 여행지가 두 곳이 있다. 하나는 부여의 최후 방어선 역할을 했던 부소산성과 강가에 위치한 구드레 공원이다. 솔직히 구드레 공원은 그다지 볼 만한 것이 많지 않다. 시간만 된다면 의자왕과 궁궐의 신하들, 궁녀들이 막다른 길에 이르렀던 낙화암이 있는 부소산성을 살포시 돌아보는 것을 권해본다. 1,500여 년 전 당나라 군사들이 짓밟았을 그런 현장에 간 느낌이 날지는 모르지만 그런 곳이다. 


백제시대의 산성을 만나보았다면 이번에는 사람의 냄새를 맡아보러 가는 것도 좋다. 부여에는 가장 유명한 시인 신동엽이 태어났다. 부여가 그렇게 크지 않아서 신동엽이 가진 비중은 꽤 크다. 그렇지 않은가. 사람 별로 없는데에서 한 명 서울대 보내면 마을 입구에 대문짝만 하게 플래카드 걸어놓고 그렇지 않았는가. 


시인 신동엽(1930 ~ 1969)은 1930년 8월 18일 이 자리에서 아버지 신연순과 어머니 김영희 사이에서 맏아들로 태어났다. 부여초-전주사범학교-단국대-건국대 대학원을 나왔는데 당시로 본다면 상당한 엘리트 층이었다. 신동엽이 태어났을 때는 일본의 식민지 정책이 성공적으로 한반도에 안착해가던 시기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일본의 교육을 받았고 내지 성지 참배단 같은 행사에 뽑혀 일본을 다녀오기도 했다. 시인 신동엽이 많은 문학인들에게 기억되는 것은 일제시대, 한국전쟁, 이념전쟁 등을 모두 겪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현대사와 묘하게 맞물려 있고 젊은 나이에 요절한 시인 신동엽의 사인은 바로 민물 게에서 얻은 간디스토마가 간암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잠깐 딴 이야기로 흐르면 원래 꽃게장으로 잘 알려진 간장게장의 출발은 민물 게장이었다. 한반도에서 살던 사람들은 민물 게로 게장을 담가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민물고기나 민물게는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을 몸안에 가지고 산다. 한번 간디스토마가 한국을 뒤흔든 때 간장게장이 너무 먹고 싶었던 사람들은 바닷게로 간장게장을 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부터 민물 게장의 인기는 사그라들었다. 그 이후부터 게장을 말하면 의례히 꽃게장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돌아볼 곳은 백제 왕실의 연못이었던 궁남지다. 궁남지의 콘셉트이라면 물, 나무, 연꽃이다. 그리고 그 사이로 걷는 느낌은 그냥 자연이 좋다는 거다. 경주의 안압지보다 40년 먼저 만들었다는 궁남지는 한국 최초의 인공 정원이라고 한다. 궁남지는 삼국사기에 이렇게 씌여져 있다. "3월 궁성 남쪽에 연못을 파고 물을 20여 리 긴 수로로  끌어들였으며 물가 주변 사방에 버드나무를 심고 연못 가운데 섬을 만들어 방장 선산을  본떴다"고 기록되어 있다. 궁남지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건 무왕 이야기를 다룬 서동요라는 드라마 때문이기는 하지만 참 매력적인 연못인 건 사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천북에서 만나는 겨울철 굴의 유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