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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0. 2019

인간의 특별함

사천 박연묵 교육박물관

무엇이 인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일까. 뇌의 크기로만 설명이 가능할까란 의문은 지금까지도 많은 학자들의 연구 주제이기도 하다. 약 200만 년 전 호미닌의 뇌는 급속도로 커지는데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영장류의 세 배에 가까운 큰 뇌를 가지게 된다. 상대생장계수를 벗어난 정도를 대뇌화 지수(Encephalization Quotient)라 하는데  EQ는 다음과 같이 정의가 된다.


EQ = 실제 뇌 중량/상대생장계수선(allometric line)을 통해서 예측된 뇌 중량


경험적으로도 잘 알지만 인간의 뇌는 체중에 비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체중의 2%에 불과한 뇌는 전체 에너지의 20%를 소비하며 제작비도 비싸며 운영비도 비싼 대표적인 기관이다. 


인간은 기록을 남기는 유일한 동물이다. 그 기록은 후대에 후대를 거쳐서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전화를 발명한 벨 이전에 사람의 목소리를 전파에 담아서 보낸다는 생각은 아주 오래전에 도출되었다.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져서 문화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개인의 삶이 박물관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사천에 있다. 사천과 고성 등지에서 교직 생활을 이어갔고 1999년, 31년간 몸담았던 교단을 떠난 박연묵 관장의 삶이 있는 곳이다. 

진화는 우리 종에게 일련의 적응을 제공했으며 이를 통해 인류사에서 맞닥뜨린 다양한 삶의 방식과 위기를 극복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중 특별한 능력은 언어이기도 하다. 언어는 기록으로 남겨진다. 

이곳을 처음 찾아갔을 때는 개인의 집이라는 것 외에는 특이한 것은 없어 보였다. 언어에 의해 남겨둔 기록물은 학창 시절 교과서부터 편지, 안내장, 사진물, 제자들의 글짓기 원고까지. 어느 하나 버리지 않고 남겨 둔 것이 2006년 문을 연 박연묵 교육박물관의 기반이 되었다고 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했을 것 같은 농기구들도 적지 않았다. 교단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그 물건들도 이곳에 가득하다. 교단생활을 하게 된 것은 어떻게 보면 우연 이기도했다.  산업화가 한창이던 1960년 말을 즈음해 전국 공업단지에서 인력 수요가 폭발했는데  진주교대에 초등교원양성소를 설치해 임시 교원을 배출했다. 그는 18주 교육을 받아 초등 교원으로 배치되면서 교단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직접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살아오면서 기록된 것들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에게 받은 우편물을 하나 버리지 않고 기록하고 남겨놓은 것을 비롯하여  1949년 그가 진주중학교 유학 당시부터 70여 년간 써 내려간 일기장이 보관돼 있었다. 

겉에서 보았을 때는 오래된 집 몇 채가 자리한 것처럼 보였는데 박연묵 관장이 이끄는 대로 돌아다니다가 보니 생각보다 기록물이 상당히 많이 있었다.  안채를 중심으로 한 10개의 전시관이 애초부터 전시 목적으로 지어진 것이 아니라고 한다.   가난이라는 공통된 경험은 적은 물건 하나 쉽게 버리지 못하게 만들었고, 사소한 일상을 기록함으로써 의미 있는 하루를 써 내려간 것이 이렇게 남겨져 많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제자들의 방’ 한쪽에는 교사 생활을 하며 가르쳤던 모든 제자들의 사진이 붙어 있고 바랜 사진들 위로 그의 교육 철학인 ‘사랑, 인연, 추억’이라는 세 단어가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기록물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없어져간다. 이사를 가면서 버리고 공간이 좁아서 버리면서 자신의 흔적도 사라져 가는 것이다.  박연묵 관장은 개개인의 기록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록에 대한 의지, 이사를 최대한 하지 않을 것, 적당한 공간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많은 분들의 이야기와 흔적, 지금은 세상에 없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 사람의 강력한 의지에 의해 남겨져 있다. 박연묵 관장의 이후에는 어떤 이야기를 만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살아 있는 동안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면서 글 쓰는 사람의 노고를 충분히 공감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개인적으로 잘 만들어진 박물관과 같은 공간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록물이 남겨져가는 것을 바라기도 한다. 그의 삶은 인간의 특별함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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