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Oct 21. 2019

수확 (收穫)

무얼 거둬들일 것인가.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황금색의 물결을 쉽게 볼 수 있는 계절이 왔다. 무언가 거둬들이는 것을 기분이 좋은 일이다. 무언가를 뿌리고 열심히 가꾸고 키웠기 때문에 거둬들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아무것도 안 뿌리고 거둬들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정상적인 것은 무언가를 심고 가꾸고 그 과실을 수확하는 것이 가장 문제도 없고 바람직하다. 

진천의 쌀은 생거 진철 쌀로 맛있기로 유명한 밥을 만들어낸다. 쌀의 수확적기는 출수(出穗)로부터 40~50일 후로, 수확을 너무 일찍 하면 외관상 녹색을 띠는 청미(靑米)가 많이 생기거나 양분의 축적이 불충분하여 백색의 불투명한 사미(死米)가 많이 생기게 된다.  

진천쌀이 유명하기는 하지만 진천에서 유명하다는 짬뽕의 맛이 궁금해졌다. 요리 중에 짬뽕은 집에서 맛있게 만들기가 쉽지 않은 음식이다. 번거롭기도 하지만 다양한 조리도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막 섞어 놓은 음식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맛있게 만든다는 짬뽕집의 짬뽕은 좋아한다. 이것저것 넣어서 만든 짬뽕은 1899년 일본 규슈 나가사키의 진헤이준이라는 중국인에게서 유래했다고 한다. 식당을 운영하던 그는 동포 고학생들이 배곯는 현실을 안타까워한 끝에 인근 화교 식당에서 쓰다 버린 닭이나 돼지 뼈, 푸성귀를 모아 국수를 만들어 나눠줬는데 이것이 ‘짬뽕’의 원조라고 한다.  

수확이라는 것은 개개인의 노력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도 무관하지 않다. 진천의 사곡리에 가면 김덕숭 효자문이 있다.  부모가 자식을 낳은 것만으로 수확이 되지는 않는다. 어떻게 키우냐에 따라 사회에서 괜찮은 존재로 자리매김할지 적응하기 힘든 존재가 될지가 결정된다. 물론 스스로 노력으로 바꾸는 사람도 일부지만 있다.  효자라는 것은 부모의 자질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김덕숭은 강릉 김 씨로 자는 자수, 호는 모암으로 사헌부 장령, 한산 군수 등을 역임하다가 귀향하여 부모에게 효도하였다고 한다. 


그의 효행을 기록하여 후에 그를 기리는 백 원 서원을 세우고 후대에 이렇게 알리고 있다. 효자문이나 효자각이 마을에 세워지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마을의 자랑이기도 하지만 조정에서의 지원이 다양했기 때문이다.  국가를 운영하는 틀에서 중요하다고 판단했기에 마을에 많은 지원이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역사는 길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