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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5. 2019

정지용 (鄭芝溶)

옥천 정지용 생가

어느 지역이든지 간에 얼마나 사람들에게 알려졌든 간에 대표하는 문학인은 있다. 대전과 가까운 지역인 옥천에는 시인 정지용이 있다.  그의 시를 읽어보면 따뜻하고 섬세한 그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그는 1950년 6·25 전쟁 이후의 행적에는 여러 설이 있으나 납북되었다가 1953년경 북한에서 사망한 것이 통설로 알려져 있는데 당시 나이가 48세로 추정하고 있다. 갈수록 열악해지는 현실에 대한 절망과 이로부터 벗어나려는 시인의 정신적 방황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한갓 나무만도 못한 욕되고 부끄러운 삶을 살고 있는 자신에 대한 참회를 시에 드러내기도 했다.

옥천은 한적한 느낌의 고장이다. 조용하게 걸어보면서 사색하고 정지용 시인이 쓴 시를 읊어보면 돌아다니기에도 좋은 여행지다.  하나의 사물의 깊이를 투시(透視)하는 시인의 시적 체험은 훨씬 깊이 자리하고 있던 정지용 시인의 세상은 어떠했을까.  

소박하지만 그의 혼이 담겨 있는 정지용 생가가 잘 보존이 되어 있다. 초가집으로 남겨져 있는 정지용 생가의 입구에는 향수라는 시가 자리하고 있다.  정지용문학관은 전시실과 문학 체험 공간으로 나뉜다. 정지용 작품을 전시한 곳에서 귀한 초판본 시집을 만난다. 정지용문학관에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시설은 시 낭송실이 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 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 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름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 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향수 - 정지용

정지용이 태어나서 자란 생가가 자리한 곳은 옥천 구읍으로 지금의 옥천 중심지에서는 벗어난 곳이지만 예전에는 중심지로 1905년에 경부선 옥천역이 들어서면서 쇠락했다. 정지용의 시작 과정도 어느 하나의 공간이나 체험으로 국한된 범주로만 해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오래된 이 사진을 보면 향수가 자연스럽게 연상이 된다.  ‘향수’는 고향의 정경에 대한 화자의 정서를 후렴구에 집약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향수는 가난하지만 평화로웠던 고향의 모습을 회상하며 고향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노래한 시다.  태평양전쟁의 여파로 사회 상황이 악화되며 마지못해 일제에 협력하는 내용의 시를 내놓기도 하지만, 이후 정지용은 작품 활동을 거의 중단한 채 한동안 침묵 속에 묻혀 지내며 참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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