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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7. 2019

걷기 중독

괴산 산막이 옛길 속의 가을

산막이 옛길을 오래간만에 다시 걸었다. 옛길은 불편하지만 무언가 정겹게 느껴진다  이곳까지 오면서 산의 공기를 제대로 흡수했다  그래도 계절 변화는 확실히 느껴지게 하니 나쁘지는 않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고 하니 살짝 머리가 아프기도 했다. 처음 와본 괴산의 산막이 옛길은 정반대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도착지에서 시작해보았다.  중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심신이 피폐해지는 중독과 심신이 고양되고 삶이 윤택해지는 중독이다. 보통 심신이 피폐해지는 중독은 시간이 짧고 손쉬운 반면 후자의 중독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산이 막힌 곳의 마을인가 그냥 산을 막아둔 마을인가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겠지만 사계절이 아름다운 산막이 옛길을 올라가면 다시 이곳으로 나와야 한다. 

산막이 옛길을 통해 위쪽으로 올라가니 괴산의 산하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울긋불긋해진 산의 모습이 가을이 온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요가도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이기도 하지만 요가만으로 채워질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걷기로 채울 수도 있다. 그래서 산행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명한 여행지이기도 한 산티아고의 길은 스페인의 유명한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를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는 작은 마을을 통과하는 걷기 여행이다.  

아름다운 산티아고의 길도 있지만 괴산에는 산막이 옛길이라는 오래된 길도 있다. 길을 걷다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단풍도 만나볼 수 있다.  

고개를 넘어오니 지난번에 와보았던 구름다리가 나왔다. 멀리 뻗어나가는 산맥 속에 지점과 지점을 이어주는 저 다리는 산막이옛길의 정점이라고 할만하다. 

좀 더 지나가면 막 다른 길목에 아름다운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나온다. 자연을 우리가 가져가는 것이 아니고 어디에나 존재하며 주민과 여행객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산막이 같은 마을도 있다. 

제주도를 제대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은 어떤 놀이시설보다 올레길을 걷는 것을 선호한다. 제주도의 극적인 아름다움이 올레길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지금 전국에는 올레길을 표방하는 수많은 길들이 조성이 되어 있다.  

걷기 중독은 좋은 중독에 속한다. 사람들은 걷는 것을 한다고 하지만 생각보다 그걸 즐기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주변을 걷는 사람들의 목소리나 그 숨소리를 지나쳐가면서 옛길을 걸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따라가 본다. 길이 되살아니니까 기억도 되살아날 수 있다. 

걷고 나니까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산막이 옛길의 끝자락에는 펜션이나 음식점들이 적지 않다. 그중에서 묵밥을 먹어보기로 했다. 이곳의 묵밥은 조금 특이하게 계란 고명이 듬뿍 얹어져 있다. 부담스럽지 않게 배속을 달래면서 한 끼를 잘 해결했다. 이제 다시 산막이옛길의 반대편으로 넘어가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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