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Oct 27. 2019

만드는 일 (鍛造)

음성 철박물관의 특별전

대충 만들어서 쓸 수 있는 물건이 있고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쓸모가 있는 물건이 있다.  시간을 어디에다가 쓰냐에 따라 인생은 많이 달라진다. 똑같이 태어나서 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차이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그 차이는 가속화되고 결국 간극을 더 많이 벌리며 그 사람만의 인생이 된다.  철을 쓸모 있게 만들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 공을 들여서 만드는 방법을 단조라고 한다. 금속을 두들기거나 가압하는 기계적 방법으로 주조품에 비해 금속 조직이 균등하며 점성 강도를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 

가끔씩 혹은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싶을 때 음성에 자리한 철박물관을 찾아가 본다.  정원의 조성부터 시작해서 철과 다양한 이야기가 전달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2019년에 음성 철박물관 특별전으로 지난여름 8월 16일부터 12월 15일까지 BLACKSMITH - LEE BYOUNG HOON전 열리고 있었다.  

찍어내듯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당연시되는 현대에 단조라는 방식으로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더 탄력성 있고 더 오래 쓸 수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비효율적이다. 


"자연은 인간을 결코 속이지 않는다. 우리를 속이는 것은 항상 우리 자신이다. (Nature never deceives us; it is always we who deceive ourselves)" - 장 자크 루소

철을 녹이고 녹인 철을 어떤 목적에 의해서 만드는 오래전 단조 방식은 낙하 해머의 무거운 충격이 필요 없는 고속 작업에서는 자루 해머(helve-hammer) 단조라고 하는 옛날 대장장이의 기술이 사용되었다.  

단조의 방법을 통해 무언가를 만들었던 사람의 이야기가 이곳에 있다. 평탄한 공구 사이에 소재를 놓고 위치를 바꾸어 두들기며 만드는 자유단조, 일정한 모양으로 요각한 금형 사이 소재를 놓고 두들겨서 만드는 형단조의 작업 방법을 사용하며 오래되었지만, 좋은 것들을 만들어냈다.  

철은 인간 문명에 많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도시는 철로 인해 그 규모를 만들 수 있었다.  에너지가 축적되고 변형되고 만들어가는 단조는 재결정 온도 이상에서의 열간 단조, 그 이하에서의 냉간 단조, 형단조로 크게 분류된다.

어떤 것은 예술작품으로 탄생하기도 하지만 생각 외의 곳곳에서 많은 차이를 느끼는 스포츠용품으로도 만들어진다. 골프에서 쓰이는 아이언은 단조(Forged)와 주조(cast)로 만들어지는데 단조 아이언의 느낌이 주조 아이언보다 공과 부딪치는 느낌이 훨씬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고 한다.  

"단조 기법은 철을 자르고 붙이고 오래된 물건처럼 보이게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아름다운 물건으로 보이게 세상을 현혹한 죄는, 공예에 있어서 무용지물을 만들어냈다는 반성과 같은 것이다." 단조의 기술

완연한 가을색을 볼 수 있는 철박물관의 실외공간이다. 실외에는 철로 만든 다양한 작품들 혹은 예전에 사용하였던 물건들이 놓여 있다.  

오늘도 날이 무척이나 좋다.  많이 알려진 여행지로 가는 길은 차가 막혀서 오랜 시간이 걸릴 정도로 가을을 만나기 위해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철을 성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잘 달구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체리 색에서 오렌지, 노랗게 넘어갈 때 가장 성형이 잘된다고 한다. 사람이 좋은 길로 가는 과정 속에서도 무엇보다 잘 달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후에 아름다운 자연의 가을색으로 물들어갈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로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