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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6. 2019

가을로드

괴산 양곡 은행나무길

은행나무하면 화석이 떠오를 정도로 오래 살아남은 지구 상의 생명체중 하나다. 아주 오래전에 은행나무는 넓은 잎이 아닌 가는 형태의 잎을 가지고 있었지만 진화하면서 오늘날의 모습으로 자리했다. 그 형태를 보면 캐나다의 지질학자 존 윌리엄 도슨 경이 1948년 방사형으로 파인 특이한 형태의 구조를 올다미아(Oldbamia)라고 기재했다. 찾아보면 은행나무의 초기형태가 어떤지 상상해볼 수 있다.  

갑자기 떨어진 온도로 인해 추운 날인데도 불구하고 괴산 소금문화관이 자리한 양곡리에는 은행나무가 양쪽으로 심어져 있는데 그 장관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안쪽으로 쭉 이어진 길을 걸으며 인증숏도 남기고 가족, 연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기도 했지만 사진을 찍는 사람들 역시 이 순간을 찍기 위해 찾아왔다.  

지금이야 대부분 교육과정속에 화석을 배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사실 화석의 세세한 순서에 주목하기 시작한 지는 겨우 6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  다윈은 화석이 발견되지 않은 까닭을 "지층의 불완전함(Imperfection of the geological column)"과 대부분의 유기체가 화석화될 가능성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즉 우리가 보는 화석은 일부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조명을 켜놓지는 않았지만 가을이라는 계절이 되면 조명을 켜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괴산의 양곡리는 장산 골짜기에 위치하여 햇볕이 잘 비치지 않다가 해가 서쪽으로 넘어갈 때 석양이 잘 비치는 곳이다. 지금 생골이라고 부르는 이곳은 바깥생골과 안생골, 두 개의 골로 나뉘는데 이를 양곡이라고 부르면서 양곡리의 지명으로 알려져 있다.   

괴산 양곡리 은행나무길은 처음 걸어보는 곳이다. 확실히 날이 추워진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낮에 지나쳐가기도 했고 소금문화관을 들러본 적도 있었지만 밤에 와보니 분위기가 또 남다르다. 어디서 알고서 찾아왔는지 몰라도 적지 않은 사람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은행나무는 싹이 튼 지 20년 이상이 지나야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데, 씨를 심어 손자를 볼 나이에 열매를 얻을 수 있다고 하여 공손수(公孫樹)라고도 부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방충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부틸산이 있어 잎을 책 속에 넣어두면 책에 좀이 먹지 않으니 은행나무 잎을 활용하는 것도 괜찮다.  

이곳에 은행나무가 이렇게 자리하게 된 것은 딱 40년 전으로 마을 진입로 저수지길에 양곡리 주민인 김환인씨가 300그루의 은행나무를 기증하면서 이런 풍광을 오늘날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은행나무의 수피(樹皮)는 오래된 나무의 경우 회색빛이 돌고 골이 깊게 패어 있으며, 결이 코르크 같아 보이는데 이 곳에 자리한 은행나무가 그런 모습을 가지기 위해서는 500여 년은 지나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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