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서열화의 폐해
특목고, 자사고, 외고 등의 폐지 문제와 수능을 통한 정시 확대가 한국의 교육 현실을 들끓게 만들고 있다. 학종이 시작될 때는 바람직한 방향을 지향했더라도 한국이라는 현실에서는 얼마든지 왜곡되었고 불공평을 야기시켰다. 가장 큰 문제는 12년 동안 공부한 것이 단 한 번의 평가로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닌다는 점이다. 적어도 공평하기 위해서는 학생 스스로가 할 수 있는 것에만 한정이 되어야 한다. 만약 부모가 여유가 있는 직업에 종사하고 정보가 더 많으며 선생들과 접할 수 있는 접점 포인트가 많다면 당연히 교육의 저울은 심각하게 기울어질 것이다.
학종은 어떠한 방법을 써서 그 문제점을 보완하더라도 다른 길을 찾아 왜곡된 교육 현실을 만들어낼 것이다. 수능을 통한 정시 확대 역시 바람직하지는 않다. 물론 학종보다는 약간 더 공평한 것은 사실이다. 우선 시간으로만 본다면 학종 평가에 한 사람당 10여분이 배당되고 수능은 8시간 동안 시험 보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으로 들어가기 위한 학종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 학생이 혼자서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미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일찍이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달리기 채비를 하기 위해 몸을 풀고 있는데 어떤 학생은 이미 하프를 돌았다면 그 차이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학교에서의 서열화는 취업으로 이어지고 인생에서 영원한 서열화로 올라갈 수 없는 유리천장을 만들어낸다. 한 번의 시험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자신의 계층이동이 가능한 사회로 변화해야 한다. 계속해서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만이 한국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특수목적고에 다니고 서울의 명문대를 입학한 친구들을 많이 보아왔다. 그 정도의 지식이나 역량을 가지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특권의식이 어마 무시한 것을 여러 번 보았다. 그 타이틀이 사회에서의 기득권의 장벽을 유지해주면서 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사람에 따라서 늦게 열리는 사람들도 있다. 부모가 앞을 열어주면 좋겠지만 온갖 가시덤불을 제치고 나와야 비로소 시작할 수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교육 폐해의 본질적인 문제는 학종이나 정시의 비율이 아니라 사회가 계층을 짓고 서열화하여 그룹 지어 사는 기득권층의 권력을 내려놓게 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