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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11. 2019

가을 무장애 나눔길

경험은 그 자체로는 과학이 아니다. 

봄에 걷고 가을에 걷는 이 길은 반년이 지나서 다시 걷는 길이다. 봄의 새싹이 푸릇푸릇할 때 걷고 가을의 단풍이 물들 때 다시 오지만 시간이 빠르다는 느낌보다는 역시 사람은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 경험이 과학은 아니다. 사람의 가장 큰 편견은 바로 자신의 경험에 기반하여 모든 것을 판단하려 한다는 것이다. 제한된 경험을 하고 나서 마치 그것이 맞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다. 

 봉학골 무장애 나눔길이라고 명명된 이곳은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의 녹색자금으로 2018년에 조성이 완료가 되었다.  무장애 나눔길은 말 그대로 노인층 및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같은 소외계층을 배려하여 만들어진 길로 산림복지 차원에서 가장 쉽게 산림에 접근할 수 있는 방안으로 만들어 진곳이다. 

장애인이나 신체적으로 약함을 가진 사람들에게 편한 세상은 모든 사람에게 편한 세상이기에 더욱더 고민과 고려를 해야 한다고 한다.  단풍이 제대로 물든 철을 즐길 수 있지만 그건 신체적으로 평범한 사람에게나 가능한 가을의 경험이다.  

무장애 나눔길 안쪽으로 다시 걸어서 들어간다.   버드나무숲이 있는 쑥부쟁이 둘레길을 돌아오면 피크닉장과 봉학골 지방 정원등으로 이어주는 길로 걸어가다 보면 저수지가 나오고 다시 안쪽으로 돌아서 걷는 길이다. 

경험 그 자체로는 과학이 아니다는 생각을 했던 철학자는 애드문트 후설로 철학이 모든 선입관, 편견, 의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바랬던 사람이다. 어쩔 수 없이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인간이지만 자신이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의심할 수 없다는 결론을 지었다는 에드문트 후설처럼 편견이나 선입견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의심할 수는 없다.  

어떠한 여행지를 알고 싶다고 생각하면 풍광의 각 부분에 대해 가능한 모든 관점에서 사진을 찍고 그 기록들을 모아서 재구성하면 여행지에 대한 추억을 남겨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조금 떨어진 입장에서 그곳을 파악한 것이다. 그냥 여행지의 거리를 걸어 다니면서 구석구석을 둘러본다면 여행지 그 자체에 대한 본질을 알 수 있을 때가 있다. 

무장애 나눔길의 이름처럼 조금은 이 순간이 나누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무장애 나눔길은 음성에만 있지 않다. 전국에는 수많은 무장애 나눔길이 조성되어 완료된 곳도 있고 조성하고 있는 곳도 있다.  노약자, 장애인, 임산부 등 교통 약자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턱이 없는 평지 형태의 숲 산책로가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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