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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19. 2019

다시, 이색을 읽다.

한 끼 식사와 함께한 문헌서원

사람마다 원하는 스타일의 음식은 다르다. 어떤 사람은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건강한 느낌의 음식을 좋아하기도 한다. 문헌서원은 여러 번 가보았지만 식사와 함께 하루를 보내본 것은 두 번째였다. 문헌서원에서 묵으면서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미리 예약을 해야 가능하다.  저번에 왔을 때도 박대가 나왔는데 이번에도 박대가 식탁에 올라왔다. 박대의 등짝 껍질이 질겨 벗겨서 말리는데 거무스레한 껍질을 벗기면 박대의 옅은 분홍빛의 속살이 드러난다. 이를 소금물로 간하듯 씻어 볕에 말려서 먹는다. 

서천의 여행지인 문헌서원은 서천읍에서도 떨어져 있어서 한참을 올라와야 한다.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이라서 문헌서원은 조용하기만 하다. 서원과 같은 곳은 누군가의 정신에 대해 공부하고 이어가는 곳이다.  정신은 의식이나 이성 혹은 문화양식으로서의 법체계나 예술, 학문, 종교를 망라한다. 

목은 이색과 같은 유학자들은 정신을 정신으로 현상화하는데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 고려에서 관리로 일하던 이색은 1365년 신돈이 참여한 개혁정치로 인해 교육. 과거 제도 개혁의 중심인물로 일을 했다.  고려말 최고의 학자로 칭송되었지만 고려말의 변화와 중국과의 변화된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했던 부분이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저물어가는 문헌서원을 잠시 둘러보고 내려오니 한상이 차려져 있었다. 음식들은 대부분 건강한 식재료를 사용해서 만들었다. 음식은 누군가를 의식하고 그를 위해 만들어야 제대로 된 요리가 나온다. 정보는 간단히 얻을 수도 있지만 경험은 그렇게 간단하게 얻어지지는 않는다. 

밥을 먹은 것이 바로 전이었던 것 같은데 서천의 유명한 한산소곡주를 마시다가 보니 어느새 아침의 해가 밝아왔다. 아침에 산책하듯이 문헌서원의 주변을 걸어보았다. 어떤 사람의 생각을 읽기 위해서는 대상을 감각적으로 파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오성을 통해 참모습을 이해하는 정신의 여정 속에서 이루어진다. 

목은 이색이나 포은 정몽주와 같은 사람의 삶을 보면 서양의 철학자와 유사한 부분이 적지 않다. 헤겔은 인류 역사란 생사를 건 투쟁의 역사라고 보며, 생사를 건 이 싸움을 주인으로 인정받으냐 아니면 타인을 주인으로 인정하느냐 하는 싸움이라고 보았다.  

목은의 무덤은 풍수지리에 의하면 기린하전(麒麟下田)에 묻혔다고 하며 산소자리는 무학대사가 점지한 것이라 한다. 문헌서원(文獻書院)의 좌측 기린산(麒麟山)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무덤의 형태는 원형봉토분이며 무덤 앞에는 망주석(望柱石)·문인상(文人像)·마상(馬像)이 각각 2기씩 양쪽에 늘어서 있다. 

목은 이색의 생각을 읽어볼 수 있는 문헌서원은 지역 문화재 활용사업의 대상이기도 하다. 문화재청은 2020년 지역 문화재 활용사업 공모신청 결과에서 문헌서원을 포함해 5개 분야에 386건을 선정했다. 서천은 문헌서원을 활용하여 ‘문헌서원 열차 여행’, ‘문헌서원 유생의 하루’, ‘선비, 달빛에 노닐다’, ‘문헌서원 지역문화유산 탐방’ 등 4개 프로그램을 신청해 국비 8,300만 원을 포함한 2억 700만 원의 예산이 확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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