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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19. 2019

마음으로 그린 그림

청라 은행마을이 펼쳐지다. 

어떤 이의 글을 읽을 때 그림이 그려지면 그 글은 진실로 좋은 글이라고 한다. 누군가가 말한 것처럼 글이란 마음으로 그리는 그림이라고 한다. 그림을 볼 때 글이 떠오르고 글을 볼 때 그림이 떠오르는 것은 서로가 닮아 있기 때문이다. 풍경을 보고 글을 쓰면서 풍경을 그리고 풍경을 그리면서 글을 쓰듯이 한다. 지역마다 최소한 한 곳 이상은 은행나무길이 조성이 되어 있다. 보령 청라 은행마을은 전국의 어느 곳과 견주어보아도 은행나무가 많은 곳이다. 

허수아비는 농촌을 상징하는 존재다. 경남 하동에 가면 허수아비를 주제로 하는 축제가 열릴 만큼 허수아비는 지역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헛+우+아비’로 이루어진 말이다. 접두사 ‘헛’은 있지 않은 것, 곧 거짓을 말하며, ‘아비’는 아버지를 낮추어 이르는 말로서 여기서는 ‘사람’을 가리킨다고 한다.  존재하지 않은 사람이 논의 한 가운에 서서 곡식을 지키는 셈이다. 

노란색이 아무렴 어떠하겠는가. 아이들은 깡통 열차를 타면서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허수아비, 깡통 열차, 노란색의 은행 속에 신경섭 고택이 자리하고 있다.  

글로 접하는 것보다 직접 보는 것이 훨씬 좋고 말로만 듣는 것보다 직접 해보는 것이 좋다. 

은행나무의 황금색이 11월 내내 보령 청라 마을을 채우고 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노란색의 은행잎을 모두 떨구고 다시 내년을 기약하게 될 것이다. 은행나무의 열매 때문에 암나무가 아닌 숫나무를 심으려는 곳이 있다고 한다. 인간의 뜻에 맞게 자연과 사물을 길들이는 것은 모두 자연의 본성을 거스르는 행동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신경섭 고택에는 현재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아서 먼지가 앉아 있지만 물티슈로 살짝 닦아내고 앉아서 쉴 수 있다. 대부분의 고택은 선비가 살던 공간이다. 지혜로운 이에게는 지혜로운 습관이, 뜻있는 선비에게는 실천하는 습관이 배어 있다. 

노란색의 은행나무가 심어진 신경섭 고택에서 출발해서 주변을 걸어본다. 무언가를 볼 때는 어린아이가 거울을 보는 것처럼 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이가 거울을 보고 웃는 것은 뒤쪽에도 거울 속 세상처럼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가만히 거울을 바라보면 자신을 고스란히 비추어준다. 삶이란, 글이란 거울을 보는 자신을 보는 것처럼 해야 한다. 

이제 조금 있으면 소설이 온다. 소설은 입동과 대설 사이에 들며, 음력 10월, 양력 11월 22일이나 23일 경이다.  이때부터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얼기 시작하여 점차 겨울 기분이 든다고도 하는데 요즘에 낮아진 온도를 보면 겨울이 벌써 온 것 같다. 그래도 소설의 다른 이름은 따뜻한 햇볕이 간간이 내리쬐어 소춘(小春)이라고 하니 따뜻한 마음만 가지고 있다면 올해 겨울을 조금은 따뜻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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