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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20. 2019

물 흐르고 해는 지네

대청호까지 자전거로 여행하기

지는 해를 가장 천천히 보기 위해서는 천천히 이동하는 것이 좋다. 차로 이동할 수도 있고 자전거로 이동할 수도, 걸어서 갈 수도 있다. 신탄진역에서 걸어서 대청댐까지 가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니 부근에 있는 타슈를 타고 가는 것이 반나절에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물 흐르고 해는 지는 시각에 맞춰서 가면 대청호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늦가을의 감성을 느껴볼 수 있다.  

신탄진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타슈 스테이션이 만들어져 있다. 주말에는 타슈를 이용해서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자전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한결같이 하는 일이 그 자체로의 수행이라고 한다. 인생이라는 것은 반복이면서 한결같이 하는 일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생활을 떠난 고고한 수행은 없다. 모든 일상을 한결같이 하는 일의 연속이다. 

물이 어떻게 흐르는지 저 아래에는 어떤 생물이 사는지 살펴보려면 금강생태환경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열심히 페달을 밟아서 오다가 보면 이곳 대청댐의 전망대까지 오게 된다. 단풍이 대부분 떨어졌는지 알았지만 이곳에 오니 아직도 가을 단풍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몸의 온도를 높이기 위해 에너지를 써야 하는 겨울은 나무들도 힘든 계절이다. 겨울을 보내기 위해 봄부터 만든 나뭇잎을 미련 없이 떨어트리게 된다. 그 나뭇잎은 나무가 성장하기 위한 거름이 된다.  1년마다 한 번씩 찾아오는 겨울이지만 그 시간을 버텨내면 성장의 시간은 다시 온다.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시간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유독 대청호변의 산의 나무들은 더욱더 황금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서둘러 이곳까지 와서 그런지 숨이 거칠어졌다. 그래도 저 아래로 내려가서 대청호반을 만나봐야 할 시간이다.  

때론 하루를 보내고 나서 그날의 밥값은 했는가를 생각해볼 때가 있다.  결국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가를 스스로에게 되묻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의 여정에서 대청호반의 석양을 보았으니 잘한 듯하다.  

다시 위로 올라와서 계단으로 내려간다.  수 없이 떨어진 낙엽만이 이 계절을 말해주고 있다. 올해 겨울은 얼마나 추울지는 모르겠지만 가을을 무척 길게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대전에서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곳 중에서 갑천변에 조성된 자전거도로와 이곳 대청호반을 돌아볼 수 있는 도로가 가장 잘 조성이 되어 있다.  

해가 저 건너편으로 넘어가기 시작하면 정말 빨리 넘어간다. 잠시라도 눈을 떼면 어느새 어둠이 주변에 깔리게 된다. 

마라톤을 해볼 수 있는 여정으로 대청호반길은 대전과 충청남도에서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마라톤을 해본 적은 없지만 빠르게 걷기 정도로만 만족하려고 한다. 

한 바퀴 돌아보고 이곳에 자전거를 다시 반납하면 대청호반길 물 흐르고 해는 지는 순간의 여정이 끝이 난다. 살다 보면 사면초가에 몰리게 될 때가 있다고 한다. 항우가 유방의 군사에게 포위당했을 때 '사방에서 들려오는 초나라의 노래'가 사면초가의 유래다. 항우는 유방에게 결국 패배한다. 인생의 리듬감을 계속 가져가기 위해서는 쉼새 없이 움직이는 것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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