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이었다가 사찰로 바뀐 강당사
교수 : 진수야 지난번에 보라는 영화는 봤어?
진수 : 테드2 말씀하시는거죠? 보긴했는데요. 그런데 그건 왜 보라고 하신거에요?
교수 : 오늘 할 이야기와 연관이 있어서 그래.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은 지난번에 말한 적이 있어서 알꺼야.
진수 : 파당을 짓고 인재등용의 문제점 등으로 인해 대원군이 한거잖아요.
교수 : 그래서 전국에 적지 않은 서원이 사라졌지. 서원철폐를 피하기 위해 사찰로 바뀐 곳도 있어.
진수 : 서원과 사찰은 전혀 별개같은데요.
교수 : 충남 아산의 광덕산 기슭에 위치한 강당사라는 사찰은 서원 철폐령을 모면하기 위해 전 시간에 설명했던 마곡사에서 불상 하나를 봉안하여 사찰로 바뀌었어.
진수 : 그런 사찰도 있었군요. 그런데요. 테드2는 왜 보라고 하신거에요.
교수 : 영화를 봤다니까 물어볼게. 진수는 테드가 사람이라고 생각해?
진수 : 그건 영화니까 가능한거죠. 어떻게 인형이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전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교수 : 그래? 강당사가 되기 이전에 그 서원에서 강론을 시작한 사람은 바로 외암 이간이라는 사람인데 그 사람은 사람이나 사물 모두 오상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었으니 그 사람의 관점에서는 테드 역시 사람이 될 수 있는 거지.
진수 : 돌이나 동물, 나무 이런 것들이 어떻게 사람과 동일할 수 있다는 건가요. 영화라서 그냥 넘어간거죠. 저는 사람이라면 무언가를 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할 수 있어야 하는거죠.
교수 : 진수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바로 호론을 이끌었던 남당 한원진같은 사람이야.
호서지역 학자인 남당 한원진이 주장하는 호론의 핵심은 오직 사람만이 오상(인의예지신)을 갖추었으며 초목금수와 같은 사물(thing)에는 그것에 치우치게 존재해, "인성과 물성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고 말했다. 이런 주장은 사람과 금수의 근본적 차이를 강조해 인간의 존엄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일명 호락논쟁으로 조선 3대 논쟁으로 거론된다.
진수 : 저도 생각할 수 있는 인간만이 존엄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문명을 만들고 세상을 바꾸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교수 : 그건 쉽게 단정 짓기가 힘들 것 같아. 움베르트 에코의 역작이라고 불리우는 <장미의 이름>에서 프란치스코회와 모니니크회를 대표하는 수도사들이 논쟁을 벌이는 주제는 바로 "예수가 자신의 옷을 소유했는가"의 여부였는데 이는 호락론과 무관하지 않아. 시간되면 한 번 읽어봐.
진수 : 움베르트 에코라는 작가는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기는 해요. 지금 검색해봤는데 영화도 나오고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신학자들의 필독서라네요.
장미의 이름은 중세의 한 이탈리아 수도원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소설로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과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이 담겨져 있다. 1327년 영국의 수도사 월리엄은 모종의 임무를 띠고 이탈리아의 어느 수도원에 도착한다. 수도원에서는 묵시록에 예언된 내용대로 연쇄살인이 벌어지는데 암호를 풀어나가는 월리엄은 수도원을 지배하는 광신의 정체를 보게된다.
교수 : 사람과 사물을 정의하는 주제로 다시 돌아와서 조선시대에 노비를 중요한 재산으로 취급하여 사고 팔았던 것이나 임진왜란때 일본인에 의해 사로잡힌 조선인들을 조총과 바꾸기 위해 팔았던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진수 : 그건 아직 문명사회가 덜 만들어졌으니까 그런 거죠. 아무리 시간이 지나간다고 하더라도 곰인형이 인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죠.
교수 : 인간을 규정짓는 것은 인간이상의 존재가 아닌 우리 스스로가 그 철학적인 관점을 세운거야. 만약 진수의 말대로 인간은 인간스럽기에 존중받아야 하고 곰은 인간스럽지 않기에 인간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은 확대해석하면 사람을 차별할 수 있는 근거가 될수도 있어.
진수 : 그것이 어떻게 사람을 차별할 수 있는 근거가 된 다는 겁니까. 곰인형이나 동물을 인간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것이 그런 결과를 만들게 된다는 것은 억지스러운 것 같은데요.
교수 : 자 성리학에서는 이(理)와 기(氣)로 인간을 설명했었어. 외암 이간은 이것에 대한 논쟁을 수차례 주도했는데 그가 주장하는 것은 이와 기가 섞이지 않고 존재한다고 본 거고 한원진은 이와 기가 떨어지지 않고 연결되어 있다고 본거야.
진수 : 어려워요. 섞이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건데요.
교수 : 이와 기가 합쳐져 있는 존재인 인간은 사물의 모든 차이가 기가 응축된 것이나 탁하고 탁하지 않은 차이에 의해 차별이 생긴다고 본 거지. 즉 열등하거나 모자라는 존재들은 기가 탁하면서 온전하지 않다고 생각한거야. 조선인들에 비해 오랑캐가 열등하고 남자에 비해 여자들이 열등하고 양반보다 노비가 열등한 존재라는 근거에 사용된 것이 바로 기야.
진수 : 그럼 사람이 태어나면서 신분이 결정되어 있기 때문에 절대 바뀔수는 없다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는거네요. 그렇지만 곰인형인 테드는 자손을 낳을 수도 없고 그 속을 열어보면 솜뿐이 없어요. 테드를 인간이라고 인정한다 치더라도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요. 좀 더 사람다워지는 것도 아니죠
교수 :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만들어진 목적이 있다면 인간이라는 하나의 생명체가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건 오만이 아닐까? 테드는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이지만 기를 담지 못한다고 볼 수는 없지. 진수 말대로라면 그럼 인간을 규정 짓기 위해서는 몸안에 피와 살과 뼈가 있어야 한다는 거겠네. 그럼 동물들이 생각할 수 있게 된다면 인간이 되는 건가?
진수 : 어쨌든 테드는 있을 수 없는 존재잖아요. 가능성이 없는 그런 곰인형 가지고 논하는 것도 좀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교수 : 테드는 오늘 이야기를 하기 위한 그런 존재인거야. 호락논쟁 자체가 조금 어려운 주제이기에 영화로 접하면 이해가 좀 쉬울 수도 있잖아. 호론과 낙론으로 갈라진 논쟁은 오래도록 진행되었을 만큼 가벼운 주제는 아니야. 이정도로만 들어가자.
진수 : 예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오늘 가서 테드2를 다시 한번 봐야 되겠어요. 그냥 B급 코미디 영화인데 무지 머리를 아프게 만드시네요.
교수 : 영화의 대사처럼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를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공감에 대한 책도 많이 나오잖아.
진수 : 저도 인간이라고 말 할 수 있는 요소 중에 공감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교수 : 여름에 더위피한다고 강당골 계곡에 가면 쓰레기는 꼭 챙겨와.
진수 : 전 계곡 가도 쓰레기는 안버리거든요.
교수 : 그래 잘 들어가고 다음번에는 관음조가 날라와서 사찰 이름을 정했다는 대조사이야기 할거야
진수 : 예 알겠습니다.
호락논쟁은 인간 존재의 내적 성찰로서의 心性學과 자연과 사회 세계에 대한 모든 지식의 탐구로서의 博物學로 나뉘어지며 조선 정신사의 정점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무엇이 사람을 정의하는가.
무엇이 사물을 정의하는가.
고고학자이며 시인이었던 던 프린스 휴는
자가 인식과 복잡한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를 인간이라고
규정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