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자연 수변공원
신체의 현 상태도 다르고 참을성도 다르기에 사람마다 체감하는 온도는 모두 다르다. 겨울이 늦게 오는 것 같아서 그런지 몰라도 비가 겨울을 재촉하며 12월 첫날 전국에 흩뿌려졌다. 지극히 맑은 날 대청호 자연 수변공원을 와보았는데 비가 내려서 앞이 명확하지 않은 날도 가보고 싶어서 찾아가 보았다. 맑은 날은 맑은 날대로 흐린 날은 흐린 날대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물에도 기억이 있듯이 물로 이루어지는 비에도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 시간에 내리는 비는 누군가의 기억을 가지고 나름의 온도를 가지고 내리는 것일지 모른다. 펜과 모니터, 키보드는 생기가 있지 않은 물건이다. 그렇지만 그걸 활용하는 사람의 정신과 감정은 생동한다.
비 오는 날 풍경에 감정이 속에서 올라오거나 다른 생각이 나온다면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생각을 내뱉고, 마음을 써 내려간다. 기운을 얻고 생각이 떠오르면 세상의 모든 것이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더라도 생동하고 살아나게 된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는 조금만 멀리 떨어져 있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바로 앞에 있는 것만 명확하게 보인다. 바로 앞에 있는 것에만 집중할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대청호 자연생태공원은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면서 거부감이 들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볼만한 경관을 보여주고 있는데 내륙의 바다라고도 불릴 정도로 큰 규모의 대청호는 ‘생태계의 보고’를 축소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봄을 그대에게 - 릴케 -
쌀쌀한 도시에서
손을 잡고서
나란히 둘이서 걷는 사람만
언젠가 한 번은 봄을 볼 수 있으리
갖가지 기적을 일으키는
봄을 그대에게 보이리라
봄은 숲에서 사는 것
도시에는 오지 않네
릴케의 시처럼 봄을 그대에게 주는 것을 넘어서 어느 계절이라도 무언가를 아낌없이 주는 것이 자연이다.
가까이 있기에 그 소중함을 모를 수도 있는 것이 사람이다. 조금만 거리를 두고 본다면 그 사람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가 있는지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사는 곳 주변에 있는 자연 또한 그러하다.
화창한 날이 아니어서 가을의 화려한 색깔을 볼 수 없어서 아름답지 않은 것이 아니라 무채색 속에서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는 자신의 눈의 가능성을 보지 못했을 뿐이다. 해가 저물어가는 직후라서 그런지 몰라도 아무런 색깔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전에 보았던 풍차의 색깔로 기억이 된다.
대청호반길은 주변 산세와 조화를 이루며 색채를 내뿜고 있어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면서 드라이브하기에 좋은 길이다. 대청호수 길을 달리다 보면 노랗게 물든 낙엽과 은빛의 갈대와 억새는 사람들을 낭만에 젖게 만든 시간이 11월로 지나갔지만 찬바람에 흩날리는 낙엽 따라 낭만적인 여행을 떠나기에 딱 좋은 계절의 시간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