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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15. 2019

시간의 생태학

보령 소황사구

생태와 경관은 순식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그 속에 생명들이 함께 공존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시간의 생태학이라고 할만하다.  다양한 식물과 동물이 살아갈 수 있는 생태가 보전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동물들에게 영혼이 있다고 생각될 수 있을까. 가끔 궁금할 때가 있다.  

금강유역환경청에서 관리하는 보령 소황사구는 생태와 경관이 보전되어야 하는 공간이다. 인위적으로 공간을 조성하거나 생태를 변경하지 않고 사구의 보전 및 노랑부리백로, 매, 삵 등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다양한 동물과 식물의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환경부장관이 자연환경보전법에 의해 2005년에 보전지역으로 지정을 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는 곳이다.  

겨울에는 금강하구둑과 서해안 지역에서는 철새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수십 무리로 이루어진 다양한 철새들이 어디론가 이동을 하고 있었다.  자연환경에 인위적으로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것은 인간뿐이다. 그렇지만 엔트로피에 대항해서 투쟁하는 것은 생명의 기초적인 법칙이기도 하다. 

생태와 경관을 보전하기 위해 주로 만들어진 데크길을 통해 소황사구를 걸어볼 수 있다. 대천해수욕장같은 여행지와 달리 이곳은 찾아오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조용하게 관찰해보면 생명체의 움직임이 보일 때가 있다. 

사람은 사회를 이루면서 살아가는데 무엇을 보전하고 후세에 물려줄지 합의된 자유의지에 의해 결정한다. 우리는 엔트로피의 증가를 통제하여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도록 엔트로피 생성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데 어떤 미래가 접근 가능할지를 선택함으로써 우리의 자유의지를 발휘할 수 있다. 

우리는 상태의 집합을 결정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개개인은 각자 지휘자이며 엔트로피는 우리의 오케스트라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냥 모래언덕처럼 보이는 해안사구는 습지, 갯벌, 해빈, 배후산지 등과 함께 해안지형을 형성한다. 조류와 파랑 등에 의하여 갯벌 및 해빈지역에 쌓인 해양퇴적물이 내륙 쪽으로 이동하면서 낮은 구릉 모양으로 쌓여서 형성이 된다. 

해안사구는 육지와 바다 사이에서 퇴적물 양을 조절하며 해안 고유생물의 서식지, 해안 식수원 저장지,  아름다운 경관지 등의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며 자연환경을 원상태로 유지하며 생태계의 평형을 유지하는데 이곳은 충남 보령시 웅천읍 소황리 781-1번이 일원에 약 2km에 걸쳐 발달되어 있다. 

그리 넓지는 않은 지역이지만 이곳에는 표유류 8종, 조류 96종, 양서와 파충류 8종,  곤충류 76종, 식물은 100여 종과 바닷가 가까운 지점에는 갯그령, 갯쇠고리 군락이 우점하고 있으며 북측으로 올라가면 통보리사초가 발달되어 있다. 

이곳에는 인위적으로 하는 모든 행위의 대부분이 금지가 된다. 금지행위를 행한 사람은 자연환경보전법 제63조의 규정에 의거 최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시인인 엘리엇은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살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생명은 어디에 있는가?

지식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지혜는 어디에 있는가?

정보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지식은 어디에 있는가?


세 물음에서 공통적인 것은 상실된 것의 장소를 묻고 있다는 점이다. 생명의 기초단위를 사랑하고 아끼는 것은 자신을 아끼는 것에 연결이 된다. 지식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반면, 지혜는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의 삶에 생동감과 활력을 준다.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지혜는 생명과 이어져 있다. 소황사구를 걷다가 떠나는데 위로 철새가 대열을 지어 날아가면서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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