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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18. 2019

건어물 (乾魚物)

대천 수산시장의 매력이랄까.

군살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몸매가 날씬한 것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게 되는 것은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호타루의 빛이라는 일본 드라마에서 마음이 말라서 자신의 감정마저 제대로 모르는 캐릭터가 건어물녀라고 등장한다. 메마른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긍정적으로 어떤 의미에서는 부정적으로 다가온다. 적어도 건어물은 오랜 시간 보관이 가능하며 해산물을 섭취할 수 있어서 좋다. 

오래간만에 보령 대천해수욕장의 위쪽에 자리한 대천항 수산시장을 찾아왔다.  서해바다가 입안에서 유혹한다면 겨울에 방어 먹으러 오라는 수산시장 아주머니의 말에 보령을 한 번 더 방문해야 할 이유가 생긴다.  

대천항 수산시장의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니 좁은 수족관을 벗어나 탈출을 시도하는 생물들을 볼 수 있다. 자신이 어디까지 탈출했는지 알지 못하는 낙지가 눈에 뜨인다. 

살아 있는 킹크랩은 가격대가 있어서 부담스럽지만 이렇게 죽은 지 얼마 안 되는 킹크랩은 속살도 차 있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게 먹어볼 수 있다.  

대천항 수산시장에 마른 생선들은 어떤 것이 있나 찾아보며 다녀본다.  

이 노가리는 안주로 매우 매력이 있어 보인다.  건어물(乾魚物)은 생선, 조개류 등을 말린 식품이다. 생선이나 조개류를 건조하여 수분 함량을 일정 비율 이하로 낮추면 미생물이 생기는 것을 막아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금 보니 작은 물고기들을 건어물로 만든 이 식재료도 매력이 있어 보인다.  햇갈치로 말린 저 식재료는 살짝 조림을 해서 튀김을 하면 반찬으로 그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통 어패류를 건조하는 방법에는 태양열과 바람 등 자연력을 이용하여 말리는 천일 건조법, 열풍으로 원료 중의 수분을 가열, 증발시켜 말리는 열풍 건조법, 제습(除濕)한 찬바람을 원료 주위에 흘려 원료 표면의 수증기 장력과 찬바람의 수증기 장력 차에 의하여 증발을 촉진시켜 말리는 냉풍 건조법 등이 있는데 대천항 수산시장의 건조법은 천일 건조법이 주를 이룬다.  

갈치를 포를 떠서 이렇게 반으로 잘라서 말리던가 통으로 말리는 방법이 있는데 왠지 모르게 이렇게 반으로 포를 떠서 말린 것이 더 맛이 있어 보였다. 통으로 말린 것은 튀김이나 찜, 이렇게 포로 뜬 것은 조림으로 많이 먹는다고 한다. 

건어물은 어패류의 저장이 어려웠던 시절에 어패류의 공급원으로 중요하였다. 아무 조미도 안 한 것도 있지만 보통 쥐치포와 정어리·꽁치·복어·눈퉁멸·보리멸·학꽁치·가자미·새우·돔 등을 원료로 한 건어물은 조미를 어느 정도 해서 말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누구에게나 인생 건어물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흔히 보는 오징어나 쥐포부터 시작해서 노가리, 명패포, 갈치 등 아무리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건어물은 부담 없이 좋아한다. 도시에서 만나보기 힘든 다양한 건어물을 만날 수 있는 대천항 수산시장의 건어물은 겨울이어서 더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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