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프거나 슬프거나 웃기거나
이병헌과 하정우의 만남에 마동석이 조연으로 등장했다는 것만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영화 백두산이 개봉을 했다. 한국형 재난 영화를 표방하면서 남과 북의 현실상황을 적당히 믹싱 해서 만든 딱 적당한 수준의 영화였다. 하정우와 이병헌의 캐미는 웃겼으며 하정우는 어설픈 캐릭터였고 이병헌은 슬픈 캐릭터였다. 역사 속에서 백두산은 분화한 기록이 있다.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면서 휴화산인 백두산은 언젠가는 다시 분화할지도 모른다. 영화 속의 백두산 폭발을 연구해 온 지질학 교수 강봉래의 이론에 따른 작전을 계획하고, 전역을 앞둔 특전사 EOD 대위 조인창이 남과 북의 운명이 걸린 비밀 작전에 투입된다.
북한으로 투입되는 특수팀은 임무를 수행하는 A팀과 백업팀이 같이 떠난다.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A팀의 실전능력은 보장이 되었으나 백업팀은 말 그대로 그냥 비전투적인 팀에 가까웠다. 게다가 하정우는 전역을 하루 앞두고 갑자기 투입된 나름 억울한(?) 사람들이 모인 어정쩡한 팀을 이끌게 되었다. 북한 무력부 소속 일급 자원 ‘리준평’은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던 중 백두산 화산 폭발을 막기 위한 남측의 비밀 작전에 참여하게 된 인물로 이병헌이 그 역할을 맡았다.
전체적으로는 엉성한 가운데 어떻게 되겠지라고 하면서 적당하게 애국심을 소스로 우려낸다. 여기에 출산을 앞둔 와이프를 둔 조인창과 태어난 딸을 제대로 보지 못한 리준평의 부성애를 적당하게 얽어서 끌어나간다. 핵을 통해 백두산의 응축된 용암의 에너지를 빼낸다는 계획을 수행하려는 조인창과 그 핵을 중국에 넘기려는 리준평 이 둘은 동상이몽을 하면서 함께 하게 된다.
하정우의 뺀질한 연기가 이병헌에게 묻힐 정도로 이병헌의 극적 연기 몰입은 여전했다. 어설픈 팀이었기에 이 둘은 공존하면서 백두산까지 갈 수 있었을 듯하다. 날이 서 있는 두 사람은 결코 함께할 수가 없다. 한 명이 날이 서 있다면 한 명은 어설프듯이 그걸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아마도 감독은 그런 점을 노린 듯하다. 그 속에서 최근 과도한 분담비를 요구하는 미국이 과연 우방인가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한국의 무기 개발에 대한 제약을 모두 풀어준다면 그런 분담비 없이도 다양한 무기로 무장이 가능하다. 영화는 적당하게 어설픔을 밑바탕에 깔고 웃긴상황을 연출하고 슬프게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