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북

당신은 누구와 함께하고 있나요.

인생의 길에서 천국과 지옥으로 가는 갈림길에는 똑같이 생긴 두 개의 문이 나란히 서 있다고 한다. 모든 길은 똑같이 시작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당신에게만 다른 길과 문이 있는 것이 아닐 수 있다. 미국은 그린이라는 단어를 안전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이 그린 존이라 부른다. 맛집 책자를 들고 다니던 때가 있었다. 지역마다 자리한 맛이 보장된 곳을 찾아다닐 수 있는 가이드북 같은 것이다. 미국에는 그린 북이라는 책자가 발행된 적이 있다. 흔하게 생각하는 그런 책자가 아니라 흑인들이 들어갈 수 있는 식당과 숙박업소가 표시된 책자다. 미국은 흑인에 대한 편견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진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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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린북은 실존 인물이며 천재 아티스트였던 돈 셜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1962년 미국, 입담과 주먹만 믿고 살아가던 토니 발레롱가가 그를 만나면서 변화하고 삶의 가치를 깨달아가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원칙보다 반칙이 우선이었던 그가 1주에 125달러라는 적지 않은 페이를 받아가면서 교양과 기품을 지키며 살아온 돈 셜리와 불협화음을 이루며 흑인에게 차별로 유명한 남부 투어를 떠난다. 사람과의 만남이 불협화음으로 시작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처음부터 잘 맞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불협화음이 서로 다른 음계에서 조화로운 화음을 이루게 하는 과정이 인생의 큰 행복이자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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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행동, 말투, 취향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은 묘하게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기 시작한다. 뉴욕에서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인디애나, 켄터키, 테네시 등 미국의 동부 해안 지역을 따라 내려가 남부로 향하는 두 사람의 여정은 이 계절에 무척이나 어울려 보였다. 피아노 연주곡을 좋아하는 편이라 돈 셜리의 연주곡도 한몫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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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터키 치킨이 가득 담긴 통이 1달러였던 시기에 주급 125달러는 상당히 큰돈이었을지 모르지만 편견이 가득했던 시대에 흑인의 운전사를 하는 것이 쉬웠을까란 생각도 든다. 돈 셜리는 존 F. 케네디가 대통령으로 있었을 때 백악관에서도 연주할 만큼 음악성을 인정받았던 사람이다. 남부의 편견으로 인해 주립 경찰은 돈 셜리를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억지스러운 야간 통행금지를 요구하고 이에 토니 발레 롱 가는 주먹질을 한다. 이로 인해 유치장에 갇히게 되고 그는 공연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화를 한 통을 한다. 그에게 전화를 받은 대통령은 주지사에게 연락해서 그를 풀어주게 한다.


토니는 그의 인맥에 감탄하며 통쾌해했지만 그는 모욕적이고 불쾌하게 생각한다. 그런 그에게서 품격이 엿보였다. 자신의 오로지 사사로운 이익때문은 아니었지만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서 부탁을 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했다. 청탁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우리네 현실에서 그의 행동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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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불협화음을 싫어하는 것은 참을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불협화음은 다른 음계에서 맞춰지지 않은 음일뿐이지 의미 없는 화음이 아니다. 대신 불협화음을 맞추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고 인내가 필요하다. 때론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냥 인정해야 할 때가 있다. 호텔의 마지막 공연에서 흑인은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수 없다는 규칙을 내세우며 돈 셜리를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그런 그를 설득해달라고 지배인은 토니 발레롱가에게 100달러를 꺼내 준다. 자신을 매수하려고 하냐며 분노하며 지배인의 멱살을 잡자. 돈 셜리는 그 장면을 보고 토니 발레롱가가 원하면 공연을 하겠다고 하지만 토니 발레 롱 가는 그런 대접을 받으면서 공연을 하게 할 수는 없다면서 같이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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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알파벳도 잘 알지 못하던 토니 발레롱가는 사랑하는 아내에게 편지를 쓰기로 약속을 하고 떠났다. 장시간의 공연시간 동안 돈 셜리는 토니 발레롱가가 편지를 쓰는 것을 도와주고 그가 보낸 편지를 읽으며 멀리 있지만 오히려 서로를 애틋하게 품는다. 미국의 클래식·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돈 셜리는 어머니한테 피아노를 배우면서 자라나 러시아 출신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그에 대해 "그의 기교는 신의 경지에 있다."라고 극찬을 받았었다. 그는 2013년 4월 6일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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