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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24. 2019

밝음을  향해

칠곡의 구 왜관 터널

인생을 살다 보면 사람과의 관계에서 불균형을 감내해야 될 때가 있다. 그것이 이성이든 동성이 든 간에 말이다. 그렇지만 보통 이성과의 관계에서는 일반적으로 경제적인 불균형이 용납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물론 능력이 있어서 더 많은 것을 베풀어주는 것은 좋지만 시간에는 한계가 있다. 경제적인 활동을 위해 시간을 쓰게 되면 당연히 다른 것에 대한 시간 배분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건강을 챙기기 위한 운동에 배분되는 시간이다. 마음 편하게 시간을 배분해서 자전거도 타고 운동도 넉넉히 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당연히 수입은 줄어들게 된다.  관계에서는 균형을 맞춰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하나를 얻었다면 다른 하나를 채워주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칠곡의 구석구석을 가볼 2020년에 앞서서 가장 먼저 가본 곳은 등록문화재 제285호로 지정된 구 왜관 터널이었다. 1905년에 경부선 철도 개통으로 석조와 붉은 벽돌로 만든 말굽형 모양의 터널로 1941년 경부선 복선화 사업 이후로 지금은 사용되고 있지 않은 곳이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사람의 발걸음이 하나도 없는 이곳을 지나가는 길은 조용하기만 하다. 사람과의 관계는 이런 터널을 지나가는 관계가 아닌가 생각된다. 모든 것이 가려져 있고 판단하기 힘든 어둠을 지나 밝음으로 나아가는 느낌이다. 가장 좋을 때 지닌 마음을 가장 나쁠 때도 잃지 않는다. 가장 나쁠 때 가진 마음을 가장 좋을 때도 잃지 않는다. 

길지 않은 터널이지만 2014년~2016년 구, 왜관 터널 주변 정비공사를 통해 공원과 연결되는 총길이 108미터의 터널이다.  터널의 길이를 재는 것은 일반적으로 맨 앞에서 맨 뒷부분을 재는 것이다. 가장 정확하게 재는 것은 동시에 재는 것이다.  동시라는 개념은 상대적이다. 고유 좌표계에서는 길이가 L인 물체가 있다면, 상대속도가 v인 좌표계에서 길이는 아인슈타인의 계산에 따라 감마만큼 짧아진다. 이 길이 수축은 피츠제럴드 수축이라는 붙어 있다. 

터널의 안쪽으로 들어오니 낮인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어두운 편이었다. 100미터 남짓한 길을 걸어가는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매 순간 새로운 시간이 나타난다. 새로운 시간이 바로 '지금'생성되고 있었다.  

칠곡은 호국의 고장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임진왜란을 비롯하여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때 수많은 사람들이 일어서서 한반도를 지키고자 했었다. 

 호국 사상(護國思想)은 진호국가(鎭護國家), 즉 불교의 교법(敎法)으로 난리와 외세를 진압하고 나라를 지킨다는 불교 사상으로 다른 불교 국가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은 한국 특유의 불교 사상이다.  3 · 1 운동 때 민족대표 33인 중 백용성(白龍城) · 한용운(韓龍雲)의 두 고승이 참여함으로써 한국 불교의 호국 불교 사상은 현대에까지 계승되어 왔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된다. 밝음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상대적이며 자신이 어떤 것에 비중을 들이는 만큼 그것에 힘쓰지 못하는 것을 살펴주는 건이 관계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같이하는 상대방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이 관계를 이끄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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