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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27. 2019

깊은 질서

고성 무이산의 문수암

고성에서 사천으로 건너가는 길목에 자리한 무선리라는 곳은 신라 전성시대에 국선 화랑들이 이 산에서 연무수도 하였다고 하여 산기슭 마을 이름을  무예 수련하는 모양이 신선 같은 지형이라고 알려진 곳이다.  모든 세상에는 균형과 불균형이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간다. 세상의 결맞음과 결어긋남의 우아함에 깊은 질서가 있다. 높지는 않은 산이지만 고성 무이산은 중국의 산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산이다. 무이산은 중국 복건성에 있는 548m의 무이산과 한자가 같다. 고성 武夷山은 545.6m 높이로 문수암이 자리하고 있는데 높이도 묘하게 비슷하다. 

사람은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 세상은 모두 파동으로 움직인다. 파동은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에 대한 패턴이기도 하다. 맥박이 만들어내는 파동은 심장과 두뇌 활동을 빠르게 한다. 파동이 미세하게 느끼는 사람은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스스로 감지한다. 시간이 덧없이 지나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신라시대는 화랑의 연무수도를 하던 곳이고, 근대에서는 고승 청담대종사와 정천대종사의 수도처였다는 이곳에 자리한 문수암은 신라 신문왕 8년인 서기 688년에 창건하였다고 한다. 

중국 무이산은 주자가 성리학을 가리킨 곳인데 고성에 있는 무이산이 그와 같은 절경을 볼 수 있어 불러진 이름이 아닌가 상상케 하며 중국의 무이산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고 알려져 있다.  

오래된 고찰이지만 분위기가 조금 남다른 곳이다. 

고양이가 사람에게 꽤나 익숙한지 가만히 앉아서 쳐다본다. 생존 메커니즘은 언제나 인상적이고 창의적으로 움직인다. 생각해보면 세포들은 그런 협동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화학적인 메커니즘에 의해 동작한다. 화학적인 물질을 주기적으로 방출하면서 심장 맥박을 뛰게 한다. 

무이산의 문수암에는 생명이 다할 때까지 그 모습을 보며 시간을 보낸 수많은 삶이 있었다.  청담대종사의 부도가는 곳에 가면 모두 절경을 볼 수 있는 위치이고 남쪽의 햇볕이 드는 명당자리이다. 귀한 나무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다.


해발고도가 이정도 높이의 무이산에서 아래가 다 내려다보이는 곳이 많지가 않다. 의상조사가 이곳에 와서 석벽 사이에 천연적인 문수보살상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보고 꿈속의 노승이 관세음보살이고 두 걸인이 문수와 보현보살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결맞음과 결어긋남이 균형을 이루며 세상이 돌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억지스럽지 않게 무리하지 않으며 꾸준하고 걷다 보면 결국에는 목적지에 도달하게 된다. 고성 무이산 자락의 문수암은 오랜 시간 사람이 오갔기 때문일까. 말하지 않았는데 무언가를 알려주는 느낌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파동은 때로 화려한 필체로 자신의 존재를 서로에게 각인한다. 파동이 닮아 있기에 서로가 비슷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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