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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27. 2019

자연의 대칭

역시 연말에는 킹크랩이지

태어났을 때 인간은 거의 좌측과 우측이 대칭을 이루지만 인생사의 크고 작은 굴곡들과 사고들이 이 대칭을 불완전하게 만든다. 그래서 운동을 할 때 왼쪽과 오른쪽의 균형을 이루면서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좌우 대칭은 불완전한 방향으로의 이동을 보다 용이하게 만들어준다.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몸의 균형은 깨진다. 오래간만에 대전 오정동 농수산물시장을 찾았다. 영어로 킹크랩, 한국말로 하면 왕게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대칭의 갑각류이지만 집게다리는 오른쪽이 왼쪽보다 훨씬 큰 비대칭적인 게다.

대전에서 물동량이 많은 농수산시장은 두 곳으로 오정동과 노은동에 자리하고 있다. 오래간만에 찾은 오정동 농수산시장은 전체적으로 새단장을 하고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보통 살아 있는 해산물은 수산 경매장 등에 가면 볼 수 있다. 킹크랩은 시세에 따라 달라지는데 보통 대형마트 등에서는 2kg가 넘는 것은 많지 않지만 이곳에는 수족관이 큰 관계로 3kg에서 5kg에 가까운 킹크랩까지 만나볼 수 있다. 최근 1kg에 75,000원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었다.  

해산물을 자세히 바라보면 대부분 대칭성을 가지고 있다. 동물은 적어도 5억 년 전에 좌우 대칭의 신체 구조를 처음 획득했다. 좌우 대칭성은 동물 체형의 기본 성징으로 물고기, 표유류, 곤충, 새 모두 이런 속성을 공유한다. 

한눈에 보기에도 무게가 많이 나가 보이는 킹크랩이 눈에 들어왔다.  대개 10℃ 이하 수온에서 살며 수온에 따라 서식하는 수심이 달라지는데 차가운 물에서 사는 한류성 생물이다. 

무게를 달아보니 3.7kg 정도로 묵직하다. 이 정도 크기의 킹크랩을 찔 수 있는 찜기가 없기에 결제를 하고 맡겨두었다. 이 정도 크기의 킹크랩은 4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비록 식재료로 사용되지만 싱싱하게 살아 있는 해산물을 보면 에너지가 솟아나는 듯하다.  

오래간만에 군밤이 갑자기 먹고 싶어 졌다. 대전에서 파는 군밤은 대게 공주의 정안밤을 사용하여 만든다.  추운 겨울, 구수하고 따끈한 군밤 구워 먹는 즐거움은 추억의 맛이다. 

돌아다니다가 오니 킹크랩이 먹음직스럽게 쪄졌다. 집게발만 제외하면 다리가 모두 달려 있다는 가정하에 킹크랩도 좌우대칭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오래간만에 킹크랩을 먹어보는 것 같다. 올해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먹어보는 킹크랩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활 킹크랩의 가격이 좀 부담스럽다면 산지에서 잡고 바로 급랭한 킹크랩을 선택하는 것도 조금 저렴하게 먹어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오늘날 오정동이라고 불리는 지역에 학덕이 높고 행실이 곧아 추앙을 받았다는 오물재 곽 선생이 살았다고 한다.   자신의 호를 ‘오물재’(五勿齋)라 하여 마을명을 ‘오물’(五勿)로 고쳤고 그가 살던 곳의  우물가에 오동나무가 있어 ‘오정’(梧井)이라고 하였다.  오정동 하면 뭐니 뭐니 해도 농수산물시장이 가장 먼저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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