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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28. 2019

평범한 하루

오정동에서 대청댐 갈림길

평범하게 살라는 말은 매우 쉬워 보이는 것처럼 보여도 생각보다 어려울 때가 있다. 우선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누구와 보낼지 혹시나 다른 일이 생기지 않을지에 대한 우연성이 없을 때 평범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오래간만에 오정동을 흐르는 유등천으로 내려와 보았다. 보통은 이 곳으로 내려올 때가 많지가 않다. 자전거를 타고 가거나 건강을 위해 하루 걸음수를 채우기 위해 오려고 해서 이경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생명체에게 영혼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식물에게는 생장의 영혼(Vegetative soul), 동물에게는 예민한 영혼 (Sensitive soul), 인간에게는 합리적 영혼(Reational soul)이 있다고 보았다. 생명체에 따라 영혼에도 위계를 준 것이다.  하루를 인지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생명체도 하루라는 시간을 보내는 것은 똑같다.  

어떻게 보내야 하루를 잘 보내는 것일까.  직업에 따라 혹은 생활방식이나 그날 기분에 따라 하루를 보내는 방식은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최소한 자신의 의지대로 보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유명한 작품인 '멋진 신세계'는 올더스 헉슬리가 2540년 정도의 미래를 배경으로 쓴 소설이다. 

완벽해 보이는 하루는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 하루도 소중하게 보내고 소중한 인연을 생각하는 감사함이 필요하다. 멋진 신세계의 세상은 아주 완벽한 세상이었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입실론이라는 다섯 계급으로 태어나는데 이들은 뇌 자체가 조율이 되어 크고 건강하고 지적으로 뛰어난 알파와 감마, 델타, 입실론으로 이어지는데 입실론은 평생 허드렛일만 하다가 죽는데 자신이 하는 일이 고되던가 불평등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산다. 소설 속의 입실론에게 평범한 하루란 있었을까. 

오정동의 끝에서 와동으로 가는 길목까지 왕복으로 걷기만 해도 하루 운동량을 채워볼 수 있다. 이곳에서 이정표까지만 걸으면 2~3km 정도로 30여분이 걸린다.  멋진 신세계에서 던지는 메시지는 행복해 보이는 사회가 던지는 풍부한 상품과 쾌락 대신에 인간에게 중요한 것들 사랑, 우정, 갈등, 행복을 가져가 버린다는 경고였다. 

평범한 하루의 가치는 욕망이 채워짐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인이 최근에 푹 빠진 자전거로 떠나는 여행에서 채워질 수도 있고 그냥 누군가가 맛있게 먹을 음식을 사서 주는 것만으로도 채워질 수 있다.  

유등천으로 쭉 더 올라가면 야구장, 축구장, 서구의 갑천과 갈림길에서 쉼터가 나온다.  항상 자신과 같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의견의 차이도 생길 수도 있지만 간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가치들에 대해 고마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겠는가. 조용하면서도 한적해보지만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것은 어렵지 않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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