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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3. 2020

불행 (不幸)

도심 속 대덕구의 로하스길

불행이란 보통 자신이 처한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을 말한다. 허기, 권태, 불안 같은 일시적 감정부터 가난, 불화, 폭력, 질병, 낙인 등 불행의 스팩트럼은 넓은 편이다. 사실 모든 것이 최고의 상태에 있을 때는 많지가 않다. 개의 능력은 다른 동물보다 탁월한 후각에 있다. 개아 불행해지는 것은 바로 후각을 잃어버리는 것이지 새처럼 날지 못하는 것은 개에게 불행이 아니다. 인간의 불행도 그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자신에게 맞지 않는 능력을 가지려 하고 소유하려고 하면서 다른 것을 잃어버리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뒤돌아보니 남은 것조차 없어졌다. 

200리에 걸쳐서 있다는 로하스 길은 대청호를 걷는 길만 있는 줄 알았더니 옛날에 자주 걸었던 이 길도 그 길의 여정 속에 있었다.  학교 다닐 때는 이곳은 걷기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지금은 길도 잘 정비되어 있고 예전처럼 후미진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아 좋았다.  

지금은 옮겨져 있는 고흥 유 씨 정려각 및 비가 이 부근에 있었다고 한다. 유 씨는 1371년(고려 공민왕 20)에 태어났다. 유 씨는 시부모를 극진히 모시면서 어린 아들[宋愉]을 은진 송 씨의 중시조로 훌륭하게 키우는 등 탁월한 정절과 행적을 남겼다고 한다. 

중리동과 한남대의 뒤쪽에 이런 산책로가 있는 것은 주변에 살지 않으면 찾기가 쉽지가 않다. 옛날에는 그냥 산길이었는데 지금은 편의시설이나 조명까지 설치가 되어 있다. 적당히 높으면서 걷기 좋게 산책로가 조성이 되어 있는 곳이다.  

공원이 있는 곳 뒤편으로 걸어서 올라가서 한 바퀴 돌아보는 코스는 탈메이지 기념관까지 걸으면 1.3km 정도의 구간이다.  두 번 정도 왕복을 하면 한 시간이 안 걸린다. 

산책로의 중간중간마다 벤치와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도 있다. 

의외로 걷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걸으면서 행복보다 불행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보았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할 때 행복하지 않을까. 모든 사람이 가진 것이 동일할 수 없고 같은 부모를 가질 수도 없다. 필자가 판단할 때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은 불행한 상황을 행복한 상황으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 든다. 

철길 너머로 보이는 저곳은 대덕구 오정동이다. 저 멀리 보이는 지역은 둔산동이다. 학교 다닐 때 이언덕을 와본 적이 있지만 항상 집에서 가장 가까운 짧은 곳을 찾아 한남대로 넘어갔기에 와본 적이 없었다. 너무 짧은 길만 찾다 보니 다채로운 모습을 보지 못하고 살아왔다.  

다시 방향을 바꾸어서 한남대 쪽으로 걷는다.  글을 쓸 때 가장 이로운 벗이 무엇인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자유와 자연스러움이다.  사소하고 잡다한 것은 물론이고 일상적으로 보는 산책로까지 무엇이든 글로 표현할 수 있다. 

‘200리 로하스 길은 대덕구를 감싸고 있는 금강대청호계족산의 생태축을 기반으로 주변의 역사와 전통인정(人情등 다양한 스토리를 구성해 도심 전체를 하나의 길로 엮어낸 것이 특징이다. 오늘 걸은 길은 마실길로 100세 건강길-정려의 길-행복의 거리-한남대 둘레길-한남로 디자인길 등 아파트 단지나 문화재 주변, 골목 등에서 일상의 여유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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