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Jan 03. 2020

근원으로 걷다.

논산 반야사의 색다른 풍광

적적이란 외부의 좋고 나쁨을 생각하지 않음이고 성성이란 흐리멍덩하거나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닌 무기의 상을 내지 않음이라고 한다. 적적하기만 하고 성성하지 못하면 그것은 흐리멍덩한 상태이고, 성성하기만 하고 적적하지 않으면 그것은 무엇엔가 얽힌 생각이다. 논산은 자주 가는 편이지만 이런 풍광의 장소가 있는지 몰랐다. 마치 논산에서 상상할 수 없는 그런 풍광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문득 움직이고 싶은 날 충남 논산시 가야곡면 삼전길 104에 자리한 반야사로 향했다.  원래 이곳은 석회광산이 있던 곳이어서 인공적이지만 색다른 풍광을 만들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어진지가 얼마 안 되는 사찰이지만 뒤로 암석과 그 앞에 석불과 대웅전의 배치가 괜찮아 보인다. 겨울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분위기가 색다른 곳이다.  

특색이 명확한 곳이다. 논산 반야사의 진면목은 석회광산의 불당과 천연암반수가 고여있는 휴게 공간에 있는데 지하로 내려가면 석회광산으로 갈 수 있다. 그곳으로 들어가면 보령에서 유명한 냉풍욕장과 비슷한 온도를 유지하는 곳이다.  

수행이 더 확장되면 만물에 대한 자비심으로 꽃을 피우며 나와 다른 사람의 경계마저 허물어져 삶이 행복해진다고 한다. 이곳에 만들어진 상들은 각각의 의미가 있어 보였다.  

깊은 산집 저 고요에 머무름이여

높은 산 그윽하여 낙락장송 아래네.

넉넉한 마음으로 풀집에 앉아 있나니

고요하고 편안하고 맑고 차갑네.


- 영가현각

충청남도에 자리한 다른 사찰과 다른 풍광을 가지고 있기에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특히 석회광산으로 들어가는 공간이 있는 곳은 많지가 않은데 이곳은 지하로 들어가서 마치 열반의 세계로 가는 것과 같은 느낌을 부여한다. 

지하로 내려가면 반야사에서 써 내려간 천수경이 있다.  천수경은 세음 보살과 삼보(三寶)에 귀의한 뒤 속히 악업(惡業)을 그치게 하고 탐욕(貪欲)·진에(瞋恚)·우치(愚痴)를 움직이는 독(毒)을 소멸하게 하여 각(覺)을 이루게 해 줄 것을 기원하는 것을 골격이다.  


구석구석을 돌아다녀보면 마치 인도의 한 지역을 온 것 같게 만든다. 천수경의 관음은 쉬바 신의 호랑이 가죽옷을 입고 있는 등 경전 전체가 강하게 힌두교의 영향을 받고 있다. 힌두교에는 정말 신이 많은데 닐라칸타(푸른 목을 가진 자, 쉬바)·바라하므카(멧돼지 얼굴을 가진 자, 바쉬누)·싱하므카(사자 얼굴을 가진 자, 비쉬누) 등이 대표적이다.  

 종유석·석주·석순·석회화 단구 등 다양한 동굴생성물들이 발달해 있는 것이 석회광산에서 자주 보인다.  깊숙하게 이어지는 동굴이지만 낙석이 있을 수 있기에 깊숙하게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  논산에는 유명한 사찰이 몇 곳 있지만 반야사 또한 색다른 매력을 가진 곳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행 (不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