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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4. 2020

눈의 왕국

청양 알프스에서 즐기는 겨울놀이

생물과 무생물을 포함해 모든 종류의 계와 과정은 자발적으로 적든 많든 질서와 패턴을 만들어내는 상태로 가는 방법을 찾아낸다. 거의 완벽해 보이는 눈의 결정체는 어느 하나 똑같은 것이 없다. 올해 겨울은 예년보다 춥지 않아서 겨울만의 축제가 늦춰진 곳이 적지 않다. 겨울의 놀이는 말 그대로 춥지만 색다른 경험을 느끼게 해 준다.  청양의 칠갑산 출렁다리를 지나서 내려가면 알프스 마을이라는 곳이 나오는데 이곳에서는 겨울 내내 눈의 왕국을 보며 즐기는 축제를 연다. 작은 마을이지만 차가 댈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이렇게 눈이 쌓인 곳에 최적화된(?) 신발이 아니었기에 미끄러지면서 조심스럽게 위로 걸어서 올라갔다. 입장료와 각종 체험은 따로 비용을 내고 즐길 수가 있다. 대칭은 청사진이나 계획 없이도 분자, 입자, 알갱이, 유체, 생체 조직 등은 스스로 질서를 잡고 규칙적이고 때로는 기하학적인 패턴을 만들어낸다. 눈의 결정을 보면 너무나 아름답다. 그렇지만 이렇게 쌓이면 눈의 왕국이 될 뿐이다.  

북극에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이런 이글루에서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제 안으로 들어가 보면 적당히 춥고 적당히 버틸만하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살라고 하면 살지는 않을 듯하다.  

눈의 왕국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인증숏을 찍도록 만들게 한다. 주변에 수많은 인공 구조물이 있는데 이 모든 것은 눈의 결정체와 물의 결정체의 결합이다. 

뭐니 뭐니 해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바로 인기 있는 캐릭터를 눈으로 만들어둔 작품의 앞이다. 익숙해 보이는 캐릭터 속에서 동심을 찾아볼 수 있다. 

자 이 곳쯤 오니 정말 반가운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겨울왕국에서 올라프와 안나, 엘사가 생각보다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누가 봐도 그 캐릭터들인지 알게 해주고 있다.  

안나와 엘사를 보면 자매지만 상당히 다르지만 무언가 많은 것은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남자형제와 여자 자매의 관계를 보면 확실히 차이가 느껴진다. 

언니 엘사는 당당하면서도 강하지만 자신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해 민감하다. 언니는 행동하는 가운데 배려가 있다면 동생은 행동하는 가운데 실마리를 찾아낸다. 언니이기에 배려가 있고 동생이기에 하지 않은 시도를 한다. 

평평한 표면 위에 얼음은 정교한 수지상 패턴을 그리고 있는데 이것은 우연과 운명의 조합이 만들어낸다. 일반적으로 결정은 분지 구조를 반복적으로 만든다. 사실 눈송이는 완벽하게 대칭인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육각형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수많은 변주를 만들어낸다. 패턴의 대칭구조는 지금 이해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얼음 결정이 평평한 판모양과 모든 가지와 팔이 서로 거의 똑같이 생기는 것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추운 겨울날에는 주로 불과 관련된 간식들이 많다.  이곳까지 와서 밤 좀 구워서 먹어봐야 함께 먹어본 기억이 추억이 되고 아이들에게는 부모와 함께했던 따뜻한 순간으로 남게 된다.  

이렇게 큰 나무에 구워먹는 군밤을 먹기 위해 아이들은 아빠와 엄마의 손에 담겨 익어가는 망만 보고 있다. 겨울의 왕국 엘사는 밤을 구워먹을까 얼려서 먹을까. 

사랑하는 언니를 찾기 위해 모험을 나선 동생의 성장과 자신의 핸디캡을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극복하는 언니의 모습의 따뜻함처럼 밤은 나무의 열기를 품으며 사람들의 속을 따뜻하게 채워준다.  

그냥 보아도 먹음직스럽게 익은 군밤이 눈에 뜨인다.  정말 오래간만에 군밤을 먹은 것은 지난 크리스마스였다.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은 제각기 군밤의 매력은 표정으로 드러내면서 먹고 있었다.  

겨울 하면 산천어와 송어를 잡는 축제가 강원도에서 열리지만 내륙지방의 축제장에서는 보통 빙어를 먹는다. 빙어라 말 그대로 몸이 투명해서 깨끗하고 맑게 보인다. 몸은 뒤로 매우 가늘고 6~10도의 맑고 차가운 물에만 서식한다는 은빛의 빙어는 겨울에는 먹이를 잘 먹지 않는다고 한다.

빙어를 잡기 체험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면 빙어를 잡을 수 있게 해 준다.  기수와 담수 수역에 모두 서식하며 여름에는 수온이 낮은 깊은 물에 살고 있다가 봄철 번식기가 되면 얕은 물로 거슬러 올라가 산란 후 일 년의 생을 마감하는 것이 빙어다. 식성은 새우 등 갑각류 및 동물성 플랑크톤, 작은 곤충 등을 잡아먹고 산다.  

뭐니 뭐니 해도 전통적인 겨울 군것질거리는 고구마를 빼고 말하기는 힘들듯 하다. 호박고구마도 있고 밤고구마도 있지만 제각기 구었을 때 다른 매력이 있다.  

군고구마는 아까 밤처럼 그렇게 굽기보다는 이렇게 통에 넣어서 열기로 굽는 것이 골고루 익기 때문에 선호하는 방법이다. 노릇노릇 잘 익은 군고구마를 반으로 잘라서 사랑하는 사람과 나눠먹는 그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구경할 만큼 구경하고 먹을 만큼 먹었다면 이제는 무언가를 타는 것도 나름의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방법이다. 알프스마을의 즐길거리는 바로 얼음으로 만들어진 곳에서 내려가는 얼음썰매와 눈이 쌓인 곳의 눈썰매와 평평한 곳에서 즐겨보는 썰매가 있다.  

생각보다 속도가 빠르기에 이곳에 와서 즐길 분들은 장갑을 가져오는 것을 권한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내려가지만 자신도 모르게 옆에 얼음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무난하면서도 비교적 손쉽게 즐길 수 있는 것은 눈썰매다. 눈썰매는 겨울에 즐기지 않고 넘어가면 아쉬운 생각이 들지만 요즘에 도심에서는 위험해서 눈이 쌓여 있는 것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에 이런 여행지를 찾아오는 것이 좋다.  

모두들 조부모가 사는 시골에 가서 논밭의 썰매를 한 번쯤 타보지 않았을까. 요즘에는 많이 안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추억의 겨울놀이다.  

이것도 저것도 귀찮다면 그냥 깡통에 몸을 싣고 알프스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보통은 아이들이 많이 타지만 어린아이의 경우 부모가 같이 타기도 한다.  

이곳에는 짚트랙도 따로 만들어져 있다. 휘익하면서 지나가버리지만 나름 재미가 있는 짚트랙을 타고 가면 눈의 왕국을 찾아온 사람들은 내려다볼 수 있다. 눈을 생각하면 불꽃이 생각난다. 불꽃은 추운 날에 우리를 다 뜻하게 해 준다. 그것은 독특한 냄새를 피우는데 그냥 내버려 두면 식물이나 나뭇가지까지 모두 먹어버리지만 잘만 활용하면 유용한 군것질거리를 제공해준다. 눈의 왕국에 가면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이 어떤 것일까. 옷이 젖어도, 엉덩방아를 찧어도 멈출 수 없는 썰매일까? 겨울왕국을 테마로 한 겨울왕국 얼음 성부터 엘사, 안나, 올라프를 만나는 것일까? 아니면 겨울철의 따듯한 먹거리일까. 어떤 것을 선택해도 얼었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것이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은 얼음분수축제는 오는 2월 16일까지 계속될 예정으로 주간 오전 9시~오후 5시, 야간 오후 6~10시까지 개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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