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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4. 2020

발견 (發見)

송촌동에서 발견한 소소한 것들

발견이라는 것은 무언가 큰 것을 발견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문득 하루를 한가하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송촌동으로 발길을 했다. 19세기 중엽 삼효자의 후손들이 이사 간 것을 아쉬워한 송준길 선생의 8대손 안명효가 송촌에서 중리동에 이르는 길을 숯 거리 바위에 새긴 삼강려애각을 보는 것으로 먼저 시작을 해보았다. 송 씨들이 모여산 다는 송촌은 회덕의 한축을 형성하는 유교의 마을이기도 하다.  


삼강려 애각의 삼강은 임금과 신하 부모와 아들, 남편과 아내를 말하는데 이 마을에는 이 셋을 훌륭하게 수행하여 국가에서 정문을 내린 인물들이 살았다고 하여 돌에 새겨놓은 것이다.  이 바위는 1994년 송촌지구 택지개발사업으로 이곳의 원형이 훼손되고 옛 정치가 사라질 위기에 이르자 대덕구에서 이 마을의 전통과 정신이 잊히지 않도록 바위를 떼어내서 이곳에 보존한 것이다.  

볼 때에는 밝게 볼 것을 생각하고, 들을 때에는 똑똑하게 들을 것을 생각하며, 얼굴빛은 온화하게 할 것을 생각하고, 몸가짐은 공손하게 할 것을 생각하며, 말을 할 때는 진실하게 할 것을 생각하고 이득 될 것을 보았을 때에는 그것이 의로운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가야 할 길이 라고 한다. 쉽지는 않은 길이다. 

송촌에는 적지 않은 옛날의 흔적이 남아 있다. 고흥류씨정려각과 이시직공정려각의 갈림길에서 도로변의 산책로를 그냥 걸어서 옛 송촌동의 작은 공원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려고 가본다.  

언제부터 이곳에 산책로가 있었는지 몰랐지만 우연하게 옛사람의 흔적이 남아 있는 바위를 발견하고 나니 걸어갈 수 있는 길이 보인다. 

지난해까지 오래된 공원시설물을 철거하고 나서 이곳에는 또 다른 느낌의 공원이 만들어져 있었다. 이제 I Love you라는 문구는 다양한 모습으로 공원마다 지역마다 자리한 것을 일상으로 볼 수 있다.  

차라리 오래된 시설을 철거하고 여유가 있는 공간을 만들어놓은 것이 더 좋아 보인다. 작년에 지인과 이곳에 와서 장어를 먹고 나서 공원이 만들어지기 직전에 이곳에 왔던 기억이 난다. 

송촌공원 혹은 송촌 어린이공원이라고 명명되어 있는 한 공간에는 버스킹 스테이션이라고 적혀 있다. 혹시 이곳이 버스킹 공연장으로 활용될 예정인가 생각해본다.  공공장소에서 하는 모든 공연이 버스킹에 속하지만, 주로 음악가들의 거리 공연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버스크의 어원은 ‘찾다, 수색하다, 구하다’라는 뜻의 스페인어 ‘버스카르(Buscar)’다. 

송촌 어린이공원은 중앙광장에 야외분수도 운영될 예정이지만 아까 보았듯이 버스킹 스테이션도 있어서 동춘당공원과 연계하여 다양한 문화행사도 열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서 오랜 시간 힘 안 들이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능력에 과한 몸짓이나 격렬한 억양과 음성, 긴 호흡이 결부된 것을 사람들은 웅변이라고 부른다. 말이 그렇듯이 주변에 원래부터 있었던 것을 발견하는 것은 개인적인 마음의 웅변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조금 더 세밀하게 보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올해의 또 다른 이야기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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