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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5. 2020

첫 발걸음 (入門)

논산의 효암서원

공정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화두이며 이슈가 될 듯하다.  태어나는 환경은 누구나 다르다. 분위기도 다르고 가정의 경제적인 환경 또한 다르다. 우리 사회가 공정할 것이라고 이루어지기 힘든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렇지만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공정하지 않다. 사회가 판단하는 부모의 직업부터가 천차만별이며 심지어 부모가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지지 않은 가정도 있다.  그런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과연 공정하게 달릴 수 있을까. 그렇다면 불우가정 전형이라고 해서 자리를 만들어줄 것인가. 조국 교수의 아들의 오픈북 시험을 대신 치러준 것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는 가정의 경제적인 상황이 좋지 않아 부모에게서 보고 스스로 배우는 것도 없고 심지어 교통비도 없어서 학교까지 걸어서 통학한다고 치자. 어떤 가정은 부모가 나름 사회에서 인정받은 직업을 가지고 부모 중 한 명이 차를 이용해 통학시켜주고 하고 싶다는 공부를 마음껏 하게 사교육도 시켜준다면 그것은 단순 집안의 차이로 공정하다고 볼 수 있을까. 

지역마다 효자 이야기는 한 명이상 전해져 내려온다. 효자 나온 집 안치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더라도 부모의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세도를 이룬 양반 가문이나 쓰러져가는 양반 가문 모두 어릴 때 부모에게서 기본적인 소양교육을 받으며 첫 발걸음을 뗀다. 그중에 대표적인 입문서가 소학이다. 일상생활의 예의범절, 수양을 위한 격언, 충신·효자의 사적 등을 모아 놓은 것이 소학이다.  

아버지는 첨지중추부사 강의(姜毅)의 아들로 태어난 강응정은 은진에 살면서 효행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부모의 병간호가 지극하였고, 죽은 뒤에는 여묘(廬墓)의 예를 다함으로써 고향에 효자 정문이 세워졌는데   김용석(金用石)·신종호(申從濩)·박연(朴演)·손효조(孫孝祖)·정경조(鄭敬祖)·권주(權柱) 등과 함께 소학을 강론하였다.

효암서원은 강응정이 강론한 소학의 정신이 내려오고 있는 곳이다. 사학(四學)·향교·서원·서당 등 당시의 모든 유학 교육기관에서는 이를 필수 교과목인 소학은 옛 성현들의 좋은 교훈을 인용하고, 선행은 선인들의 착한 행실을 모아 입교·명륜·경신을 널리 인용하고 있다. 조선 중기에 지방유림의 공의로 강응정(姜應貞)·서익(徐益)·양응춘(梁應春)의 충절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은진현 갈마동에 갈산사(葛山祠)를 창건하였다가 그 뒤 1713년경 현재의 위치로 이건 하고 효암서원으로 개편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모든 것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할 때 정상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추구해야 할 도가 가까운 곳에 있는데도 먼 곳에서 찾고 해야 할 일이 쉬운 곳에 있는데도 어려운 곳에서 찾는다. 과연 오늘날 일상의 인간관계 속에서 사람들이 행해야 하는 올바른 도리를 하고 있는 것일까. 자신을 반성하여 진실하게 되는 데는 방법이 있으니, 선에 대해 밝게 알지 못하면 자신을 진실하게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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