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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8. 2020

음식 그릇 (土器)

대전에서 만나는 진천의 흔적

만약 무언가를 담아서 먹을 수 있는 다양한 크기의 그릇이 없다면 얼마나 불편할까.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 그릇은 우리는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그것도 어렵지 않게 가성비가 좋은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그릇을 손가락만 움직이면 집 앞에 가져다 놓는 시대다. 그렇지만 수천 년 전이라면 그릇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장인의 몫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릇을 우리는 지금 토기라고 부른다.  토기제작은 점토를 가열해서 물에 용해되지 않는 소성물로 변화시키는 것으로 화학적 변화를 이용한 획기적인 발명품이라고 볼 수 있다. 

진천도 자주 가는 편이긴 하지만 진천에서 발굴된 다양한 토기를 만날 수 있는 곳은 대전 한남대학교 중앙박물관 백제토기요지실이다. 백제토기요지실에서는 진천 산수리 요지 군을 비롯하여 삼용리 요지 군 등에서 발굴된 토기들을 만날 수 있다. 

점토는 500℃ 이상의 열을 가하면, 점토 속에 있는 수분이 증발하여 흙 용기가 되는데, 점토에서 흙 용기로 되는 과정은 바탕흙의 선택과 반죽 등을 통해 성형을 할 수가 있다.  여러 곳에서 발굴된 토기의 형태는 크게 보아 발형토기(鉢形土器)→옹형 토기(甕形土器)→호형토기(壺形土器)→병형 토기(甁形土器)로의 변화를 보여 왔다. 

바로 백제토기 요지실로 들어가 본다. 가소성(可塑性)이 있는 점토는 섭씨 500℃ 이상으로 가열하면, 점토의 수분이 이탈(화학변화)하여 흙의 성질을 잃어버리고 다른 물질로 바뀌는데 다른 의미의 연금술이라고 볼 수 있다.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토기가마는 진천 산수리 87-7호 요지를 실물 크기로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진천에 가서 요지를 본 적이 있는데 보통은 발굴된 곳이라고 해서 접근이 제한이 되어 있다.  

진천군 요지들의 기본구조는 대체로 같아 불을 때는 연소실과 토기가 구워지는 소성실로 구성되었으며, 원삼국시대 초기 요지는 소규모였으나 시기가 내려오면서 점차 그 규모가 확대되고 경사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발굴된 진천군 이월면 삼용리 일대 5곳의 유적군에는 12기의 요지들이 발굴되었는데 원삼국시대 타날문 토기 요지들이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한국 고고학에서는 비로소 원삼국시대 타날문토기의 생산체제를 규명할 수 있는 자료들이라고 한다.  

진천군의 중앙부에는 미호천이 흘러가는데 미호천은 금강의 지류로 나지막한 야산들이 점점이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진천군 요지들의 가장 큰 특징은 긴 타원형 평면의 소성실과 함께 특히 아궁이의 바로 아래가 연소실이 되는 특이한 구조의 수직식 연소실이다. 

암석의 풍화토가 자연적인 현상에 의해서 다른 곳으로 옮겨져 입자가 아주 고운 점토를 바탕흙으로 사용하고, 막음 장치가 있는 가마에서 굽게 되면, 표면이 회색 또는 회흑색·회청색을 띠는 토기가 만들어진다. 

와질 소성의 토기는 중국의 경우, 신석기시대 후반부터 만들어졌고, 우리나라에서는 중국 한나라의 도기를 수용한 낙랑 도기의 영향을 받아 서기전 1세기 후반부터 생산되었는데 이 와질토기는 원삼 국시대의 취사와 저장 용기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연금술과 같은 마술에 의해 만들어진 것 같은 그릇은 지금의 음식 그릇으로서도 유효하다. 경사 각도가 있는 가마의 설치와 1100℃의 높은 온도에서 견딜 수 있는 바탕흙의 사용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토기를 굽는 가마가 경사가 있는 산의 구릉으로 옮겨가면서 경사진 터널식의 가마가 등장하여 1100℃ 이상의 높은 온도를 낼 수 있었다고 한다.  

오늘날의 고고학자에게는 과거 사회를 복원하는 기본적인 자료로 토기는 이해되지만 토기는 선사·고대인에게 있어 생활을 꾸려나가는 기본적인 도구였다. 모든 고고자료 중에서 이러한 변화가 가장 빨리, 구체적으로 전개되는 유물이 토기로  점토 대토 기는 원형점토대토기에서 삼각구연점토대토기로 변화한다. 삼각구연점토대토기를 끝으로 선사시대 토기는 막을 내리고 새로운 질의 토기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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