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는 정말 평등한가.
제시카 차스테인은 흥행에 성공한 영화 마션에서의 출연료를 가지고 언급한 적이 있다. 공평하지 않은 출연료라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사실 일반적인 직장에서의 남녀 급여 차이는 많지 않지만 능력과 인기를 먹고사는 배우로 올라가면 그 차이는 상당히 벌어진다. 직장에서도 차이가 있다라고 말하는 여성이 있을 수 있다. 이건 남녀의 차이라기보다 한국기업들의 특성에 기인한다. 위계질서가 명확하며 학벌과 인맥이 능력보다 더 우선시되는 한국에서 여성뿐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남성들도 피해자에 가깝다.
남성과 여성의 출연료 차이처럼 보이지만 제시카 차스테인의 출연료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그런 수준을 넘어서는 것은 사실이다. 제시카 차스테인은 뉴욕에 있는 줄리아드 스쿨에 지금은 고인이 된 로빈 월리엄스의 장학금으로 진학하여 B.F.A 학위로 졸업한다.
제시카 차스테인의 얼굴은 평범하지는 않다. 미인 축에 속하는데 머리색도 붉은색인데다 얼굴의 선이 강하고 눈빛이 강렬하다. 그 속에 현대적인 느낌보다 고전적인 성향이 더 뚜렷하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연기 초반은 수월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배역이 비정상적이며 이상한 여자의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2010년까지는 그럭저럭 연기생활을 지속해왔지만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그녀가 출연한 영화들을 보면 '헬프', '텍사스 킬링 필드', '트리 오브 라이프', '테이크 쉘터', '언피니시드' 등 연기력은 인정받을지는 몰라도 금전적인 성공과는 좀 거리가 있었다. 덕분에 그녀는 비평가들에게 호평보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게 된다. 차분하지만 확실하게 그 배역에 몰입하는 그런 연기를 보여주었던 제시카 차스테인은 인터스텔라로 한국의 관객들에게 여배우로서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알린다. 그녀의 여동생 중 한 명이 자살시도를 한 것에 자극받아 NGO의 일종인 자살 퇴치 운동기구에 참여하고 있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은 인류가 끝나지 않는 이상 지속될 이슈 중 하나다. 유토피아라면 모를까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라는 말은 그만큼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제시카 차스테인이 주장한 남성과 여성의 출연료 논란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흥행에 기여하는 비율과 출연료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쉽지 않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역시 생산하는 곳에 근무하면서 같은 질의 노동을 제공하는 노동자에게는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겠지만 사회 각 분야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법의 모호성만큼이나 측정하기 어렵다.
한국사회는 그 사람의 능력을 잘 측정하여 그만한 대우를 해주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 기준은 기득권이 정하고 있기 때문이고 기득권은 줄 세우기가 일반 사람들을 제어하기 쉬우니 측정하기 쉬운 지표(학벌, 토익점수 등)만을 기준을 제시하고 그 바운더리에 들어온 사람을 상대로 뽑는다.
제시카 차스테인의 출연료에 대한 불만 제기는 합당하다고 보여진다. 영화 마션에서 맷 데이먼의 출연료는 약 280억 원에 달했다.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에 반해 제시카 차스테인은 약 79억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20억이 안 되는 돈을 받고 출연했다고 폭로했다. 영화에서 비중으로 보면 맷 데이먼이 제시카 차스테인보다 3배(출연시간)를 좀 넘어선 것 같다. 그렇지만 대우는 1/14 정도뿐이 안된 셈이다. 제시카 차스테인은 그 문제에 대해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토론을 해야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는 한국에서도 계속 거론된 문제다. 성과를 내지도 못하고 혹은 성과를 낸다 하더라도 그다지 역할도 못하는 대기업의 CEO 들이 일반 사원에 비해 과도하게 많이 받는 급여는 비상식적이다. 대기업보다 더 많이 일하는 협력사의 파이만 보아도 그렇다. 보수 격차는 사람들의 자존감을 결정한다. 제시카 차스테인이 거론한 보수 격차의 문제를 단순히 우리와 상관없는 할리우드 배우의 파이 문제만으로 볼 수만은 없는 것이다.
비상식이 상식처럼 보이는 세상은 1%를 위한 세상이다.